"지금부터시키는대로하는거야" 악몽으로 변한 마지막 생방송
◆ 심야의 FM (스릴러, 범죄/ 106분/ 청소년 관람불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춘 유지태를 보고 영화라도 찍었나 했다. 영화를 제외하고는 드라마건 예능이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배우 중 한명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그가 주인공을 맡은 '심야의 FM'이 이번 주 개봉했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스토커. 이미지 변화를 위해 악역을 선택했다는 '올드보이'에 이어 유지태의 악역 연기 기대되지 않는가.
5년 동안 생방송으로 라디오를 진행한 심야의 영화음악실 DJ 고선영(수애)은 두 딸의 엄마이자 아나운서다. 그녀는 완벽주의자적인 성격으로 검찰에 날카로운 소리를 하며 사회비판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길거리에서 여자 패는 포주를 보면서 귀찮은 일에 엮기기 싫다며 외면한곤 한다. 팬들이 보내온 선물들을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버리는 그녀에게 방송은 그저 일일 뿐. 이렇게 일과 사생활을 철저히 구분하던 그녀가 갑작스럽게 악화된 딸의 건강 때문에 마이크를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마지막 방송이 되고 그녀는 노래부터 멘트 하나까지 세심하게 준비하지만 마지막이어서인지 무엇 하나 자신의 뜻대로 되는 것이 없다. 그런 그녀에게 걸려오는 정체불명의 청취자 한동수(유지태)의 협박.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그가 이야기하는 미션을 처리하지 않으면 가족들은 죽는다. 또한 어느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자신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는 채 가족을 구하기 위해 홀로 범인과 싸우는 선영. 아름답게 끝날 줄만 알았던 그녀의 마지막 방송이 악몽처럼 변해간다.
그 동안 가족이나 소중한 사람이 인질이 되고 펼쳐지는 스토리는 참 많았다. 스릴러물의 단골 메뉴이기도 한 이 소재는 자칫 관객을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 하지만 '심야의FM'은 라디오 부스라는 한정적인 공간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 당하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오히려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또한 2시간이면 끝나는 라디오의 특성상 자연스레 생긴 시간적 제약은 이 스릴러물을 더욱 스릴러물답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 전화로만 이뤄지는 두 인물의 싸움이 긴장감을 더하고 선영의 딸로 인해 극대화되는 두 인물의 대립관계도 볼만 하다. 하지만 '심야의 FM'은 스릴러물로서 부족함 없는 스토리 라인을 만들고도 너무 깨끗한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혹자는 우리나라 스럴러 영화들이 과도하게 반전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어 영화를 망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의 FM'은 한국영화의 고질병인 과도한 반전에 대한 욕심은 버렸지만 반전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는 과하게 담백한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심야의 FM'은 재심 요청을 하는 등 개봉 전 등급 해프닝을 겪었다. 물론 요즘 개봉하는 소위 '잔인하다' 하는 영화에 비해서는 껌 같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는 해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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