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엇갈린 기억' 을 되짚다
▲ 나탈리(멜로,로맨스/ 88분/ 청소년 관람불가)
한 때 무성한 말을 낳았던 '색, 계(2007)'. 특히 베드신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핫 이슈였다. 이렇다 보니 조금 야하다거나 파격적인 장면이 나오면 '색, 계'와 그 정도를 비교 하는 것이 다반사. 한동안 이정도로 충격적인 영화는 찾기 힘들거라고 예상했지만 추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색, 계'를 본 후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 측근에게서 '색, 계'보다 더 충격적인 영화가 있다는 제보(?)를 받은 것. 그것도 한국에서 만든 국산 영화란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될 것' 같은 자극 적인 홍보 멘트까지 더해져 개봉 전부터 처녀 가슴을 설레게 한 이 영화, '나탈리'에 대해 알아보자.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명품 조각상 나탈리. 하지만 그 조각상의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베일에 싸여 있던 이 작품이 조각가 황준혁(이성재)의 개인전에서 10년 만에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내게 된다. 전시회의 마지막 날, 준혁은 자신을 찾아온 평론가 장민우(김지훈)에게 조각상 나탈리의 실제 모델, 오미란(박현진)과의 격정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민우는 의아해 한다. 미란이 사랑했던 것은 준혁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 두 남자가 기억하는 미란의 모습 또한 정반대다. 준혁에게 미란이 도발적이고 관능적인 여자라면, 민우에게 미란은 연약한 여자다. 미란을 둘러싼 준혁과 민우의 엇갈린 기억. 틀어진 사랑의 기억과 조각상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시작이 반'이란 말이 여기서도 유효하다면 '나탈리'의 시작은 영화의 분위기를 설명하는데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관객용 서비스 컷'이나 '관객 눈 사로잡기 컷'이라고 부르고 싶은 오프닝 크레딧은 가히 충격적.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준혁과 미란의 베드신이 화면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남자의 배나 여자의 엉덩이 같은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한 화면을 이용해 덜 야해 보이고 싶어 한 듯 하지만 오히려 상상력을 자극하는 효과만 일으켰다. 더욱이 장편영화로는 국내 최초로 3D로 제작 됐으니 3D로 멜로 영화를 보는 기분, 어찌 말로 설명이 되겠는가. 그러나 국내 최초 3D멜로라는 타이틀이 어색하게 '나탈리'는 베드신이 전부인 영화가 돼버렸다. 영화 전반부부터 채워지는 준혁의 난잡한 사생활을 비롯해 불필요한 성행위 장면이 가장 큰 문제. '색, 계'에 담긴 베드신이 영화의 일부분 이었다면 '나탈리'의 베드신은 영화 자체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수적인 한국인의 정서 때문인지 도에 지나쳐 보이는 격정적인 베드신은 흥분 보다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으로 자리 잡아 버렸다. 또한 이러한 베드신들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로 짜 맞춘 기색이 역력한 스토리마저 문제점.
예술가와 뮤즈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3D 멜로물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어쩌다 한번은 괜찮은 영화지만 열렬하게 권하기는 어딘가 민망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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