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오늘부터 범인해라"…탄탄한 이야기 재미 쏠쏠
▲ 부당거래(범죄, 드라마/ 119분/ 청소년 관람불가)
걱정 없는 사람이 어디 있고 완벽한 나라는 또 어디 있겠는가.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그렇게 배워서 앞으로 더 잘 하고 다음 세대에 그리고 그 다음에 점점 나아지면 되는 게 아닐까. 그런데 더 나아질 수 있다는 데는 한 가지 전제가 존재해야 한다. 바로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는 것. 그런데 이놈의 나라, 전혀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영화 '부당거래' 속 우리나라 말이다.
어린이를 표적으로 삼은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온 국민은 충격으로 휩싸였고 경찰을 총력을 기울이지만 범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계속된 검거 실패로 대통령까지 나서게 되고 수사 도중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까지 하게 되자 경찰청은 마지막 카드를 꺼낸다. 범인이 없다면 범인을 만드는 것. 이 대국민 조작 이벤트 담당으로 지목된 사람은 서울 광역수사대 에이스 최철기(황정민). 그는 좋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경찰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승진에서 미끄러진 인물이다. 승진을 미끼로 상관은 부당거래를 제안하고 범인을 만들기 위해 철기는 그의 스폰서인 해동건설 사장 장석구(유해진)을 이용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끝나는 것 같았던 이 거래는 새로운 벽을 만나게 된다. 바로 검사 주양(류승범). 그는 해동건설과 라이벌 관계인 태경건설 김회장의 스폰을 받는 인물로 철기가 입찰 비리건으로 김회장을 구속시키자 이에 분개에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심쩍은 면을 발견하게 되는데... 최철기와 장석구의 거래, 검사와 기업과의 거래, 기자와 검사, 상사와 부하직원, 경찰과 검사로 이어지는 이 연쇄 부당 거래는 그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까?
내로라하는 무섭고 잔인한 영화는 다 봤다고 자부한다. 사지가 찢기고 피가 난무해도 꿋꿋이 버텼고 서양 동양 할 것 없이 온갖 귀신이 스크린을 매울 때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영화를 관람했다. 그런데 이 영화 '부당거래'는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귀신보다도 총이나 칼 보다고 인간의 심성이, 그리고 이 이야기가 비단 영화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다. 영화의 발단이 되는 어린이 연쇄살인 사건은 실제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이슈였다. 어디 그 뿐인가. 검사 주양이 비리로 조사를 받게 되자 그의 장인은 '얼마 후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질 테니 잠시 기다려라. 금방 끝날 것.' 이라고 말한다. 낯익지 않은가? 지금 우리 사회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꼭 닮아있다. 이렇게 '부당거래'는 접대문화나 뇌물 같은 우리의 잘못된 습관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하는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이렇게 잔인한 영화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 손에서 만들어 졌다. 늘 자신이 쓴 각본으로 영화를 만들던 그는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처음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 탄탄한 이야기 위에 연기력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을 앞세운 것도 훌륭. '방자전'에서 웃음을 줬던 송새벽도 등장해 웃음을 주고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과 영화사 '씨네 2000' 의 이춘연 대표도 출연하는 등 카메오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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