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골골샅샅 관광객 몰려 '왁자지껄'…판매장 문전성시
절기상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첫 눈이 내리는 등 겨울의 징후가 보인다는 소설(小雪) 이튿날인 23일 오후 3시 35분께. 부안군 진서면 곰소젓갈단지 주차장에 경남에서 온 관광버스 1대가 들어서자 곧바로 30~40명의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늘은 청명했지만 바다내음이 배인 바람이 불어와 다소 차갑게 느껴지는 날씨속에서 40~60대 연령의 아주머니 관광객들은 이내 옹고집 등 젓갈 판매장으로 우르르 빨려 들어갔다.
이들은 가을에 잡히는 참새우로 담근 추젓을 비롯 가리비젓·갈치속젓·새우젓·까나리액젓·멸치액젓 등 다양한 젓갈 등을 이쑤시개로 찍거나 손가락으로 집어 맛을 보았다. 그리고 주머니와 지갑에 꼬깃꼬깃 접어두었던 지폐를 꺼내들고 김장용 젓갈을 경쟁을 벌이듯 구입하면서 판매장안은 금새 성시를 이뤘다.
일부 관광객들은 시집간 딸과 며느리에 줄 맛깔스러운 젓갈까지 챙기는 가족애를 자랑하기도 했다.
주문을 받은 판매장 주인과 종업원들은 젓갈을 포장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바쁜 손놀림속에서도 신바람난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매년 김장담그기 적기로 꼽히는 소설 무렵. 곰소 젓갈단지는 이렇게 젓갈을 구입하기 위해 전국에서 온 발길로 왁자지껄하다.
곰소젓갈 단지는 충남 강경과 광천 등과 함께 국내 젓갈단지로 유명하지만 경쟁력이 높아 김장철이면 타지역 젓갈단지 보다 북적인다.
곰소젓갈의 경쟁력은 수입산이 아닌 곰소 앞바다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생선과 어패류를 곰소 천일염에 절임해 변산반도 해풍과 저온으로 오랫동안 숙성시켜 영양과 맛이 뛰어난데서 찾아진다.
곰소항 북쪽에 자리한 곰소염전(8㏊)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고 낮은 염도와 쓴 맛이 없는 특성으로, 젓갈재료에 넣으면 감칠 맛을 내 곰소젓갈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곰소젓갈은 오래 전부터 유명했지만, 구입행렬이 본격적으로 줄을 잇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2년의 변산반도 일주 해안관광도로 개통에 이어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 2001년 12월 이후부터란다.
이전까지만 해도 수도권 수요자들은 충남 강경이나 광천 젓갈단지로 몰렸다. 그러나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거리는 멀지만 뛰어난 맛을 찾아 곰소까지 찾아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
특히 올 4월 세계 최장의 새만금 방조제가 개통된 뒤 새만금을 찾는 관광객들이 대거 늘면서 곰소 젓갈단지도 예전보다 40~50% 이상 매출액이 증가하는 등 특수를 누리고 있다.
곰소지역에는 15~16년전만 해도 젓갈 판매업소가 20개 미만이었다. 그렇지만 최근 전국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존 젓갈단지 외에도 30호 국도변 등에 잇달아 들어서 현재는 70여개를 웃도는 등 급격히 증가했다.
영어조합법인 곰소젓갈협회 박영수 회장은 "곰소젓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확산돼 직접 업소를 방문해 구입하는 것 외에도 전국에서 택배주문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곰소지역에서 연간 젓갈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230억원대에 달해 지역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박 회장은 이어" 다만 곰소젓갈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실히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고 지리적 특산물로 인정받는 지리적 표시등록을 마쳐야 하는 과제를 남겨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만금을 찾는 관광객들마다 곰소젓갈을 한 두개씩 싸들고 가지 않으면 못 배기도록 곰소젓갈이 더욱 명품화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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