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7 14:08 (Fri)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문화마주보기
일반기사

[문화마주보기] 교토와 전주의 같은 것, 다른 것

홍성덕(전주대 교수)

늘상 일이건 연구이건 간에 무엇인가를 위해 방문했던 일본이지만, 이번에 대학생들과 주말을 낀 3박 4일의 짧은 답사는 전주 한옥마을에 대한 짧은 생각들을 담아 본 시간들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선진지로서 빠지지 않고 거론 되었던 곳은 일본 교토의 기요미즈테라에서 산넨자카, 니넨자카로, 기온거리로 이어지는 공간이었다.

 

마을의 형성은 시대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곳이었지만, 전통적인 일본의 가옥이 이어지고 관광지로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는 점에서 전주 한옥마을의 모델로 언급되어 왔었다. 개인적으로 한옥마을은 오카야마의 구라시키가 더 근접하다는 생각이지만 교토의 명성을 오카야마의 구라시키가 넘을 수는 없었다.

 

답사 전에 한옥마을을 비롯한 전주시대의 문화시설들의 수탁자가 결정되었다. 새롭게 4기 운영자들이 출범할 것이고, 이제 이들 기관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문화시설을 맡게 될 것이다. 수탁자가 바뀌었건 바뀌지 않았건 간에 중요한 사실은 시설이 놓인 공간이 크게 변하였다는 점이다. 수탁자들의 고민은 그래서 교체와 상관없이 동일할 수밖에 없다.

 

한옥마을의 변화를 보고, 교토를 방문했을 때 두 공간의 동질성은 전통가옥에 둘러쌓여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지역 내 최대의 관광지라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서 보면 전주 한옥마을의 변화가 이질적인 요소를 생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첫째, '개발'이라는 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주거'만을 고집하는 것은 넌센스이다. 그렇지만 개발의 범주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전주가 주거 공간에서 상업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교토를 처음 방문했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토의 공간 비율을 일정하다. 끊임없이 상업공간이 늘어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도로를 중심으로 상가가 형성되는 점은 같지만, 전주는 계속 도로(골목길)를 만들어 내고 있기에 상가의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편의'를 위해서 길을 계속 만들 것인가? 어디까지 만들어야 '쾌적한' 환경이 조성될 것인가. 아니면 꼭 그렇게 해야만 쾌적해지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교토는 역사문화지구와 기온의 상점가를 연결하는 자연스런 동선이다. 정방형의 한옥마을 구조가 기요미즈테라에서 기온으로 이어지는 교토의 골목길과 다른 공간이지만, 여하튼 상점가로의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그 두 축에는 기요미즈테라와 야사카신사가 놓여있다. 이 공간의 분할과 동선의 구조는 전통마을 속의 상업 성격을 규정한다. 기온으로 이어지는 교토의 전통마을 내에는 식당이 많지 않다. 대신에 교토의 특산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이 있고, 그 곳을 빠져 나오면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거리별 특화 주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옥마을에는 거리의 개발 방향이 단선적이면서도 복합적이다.

 

몇 개의 문화시설들이 새롭게 문을 열 계획이다. 태조로와 은행로 축의 방향은 확대되어질 것이고 특히 전통문화센터가 있는 향교 일원은 경기전축과 함께 핵심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확대해 나갈 것인지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비전을 가지고는 있는 것일까? 그때 그때 단편적인 생각과 정책들로만 이어갈 것인가? 교토를 갔다 오면서 드는 생각들이다.

 

/ 홍성덕(전주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