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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창극(唱劇) 수궁가 - 이경재

토끼전 또는 별주부전으로 불리는 판소리 수궁가는 신라 때부터 전해오는 구토지설(龜兎之說)의 이야기가 바탕이다. 수궁과 육지를 오가며 벌어지는 별주부-토끼-용왕의 속이고 속는 엇물림을 통해 인간사를 표현하고 있다. 우화적이면서 해학과 풍자가 압권이다.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하나인 수궁가가 지난해 '창극(唱劇) 수궁가'로 태어나 찬사를 받았다. 서양식으로 치면 오페라 수궁가다. 전북도립국악원이 1억2000만원을 들여 제작했다. 2010전주세계소리축제 때 공식 초청작으로, 지난 연말에는 송년 국악작품으로 앙콜 공연돼 역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김익두 전북대교수(국어국문학과)는 말한다. 가령 '수궁(水宮)의 이야기'란 관점에 촛점을 맞추면 수궁은 위정자들의 세계이고 그 중심은 용왕이며 자라는 용왕의 하수인, 토끼는 용왕의 욕망을 위해 희생되는 희생양이다. '토끼의 이야기'란 관점에서는 토끼로 대변되는 피지배계층의 세계, 곧 생명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지혜를 최대한 발휘해 살아야만 하는 민중들의 세계상을 그리고 있다.

 

또 '자라의 이야기'란 측면에서는 신하(자라)는 지배자(용왕)와 피지배자(토끼) 사이에서 두 계층을 조화롭게 매개해야 하는 역할이 드러나고, '토끼와 자라의 이야기'란 관점에서는 무한권력을 가진 용왕의 지배하에서 어쩔 수 없이 견디며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민중과 신하의 접점이 부각된다. 이렇듯 다촛점의 작품이고 시대가 달라진 오늘날에도 시사점이 많은 민족담론이요 위대한 예술작품이라고 김 교수는 평가한다.

 

'창극 수궁가'는 창극단· 무용단· 관현악단· 스텝 등 120여명이 열정을 쏟았다. 지방 단위에서는 전북도립국악원이 아니면 공연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국악인들은 말한다. 도립국악원의 인적 역량과 노하우를 따를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 단원들도 이 공연을 보고 찬사를 보냈다지 않은가.

 

이런 역작이 토끼의 해인 올해 공연됐더라면 좋았을 법 했다. 원작에 너무 집착하면 식상할 수 있다. 좀 더 강도 높은 해학과 현실 상황을 가미해 중앙무대에 올려보자. 중앙무대에서 떵떵거리며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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