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처럼 공부와 운동을 병행할 좋은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한 박자 쉬면서 몸도 완벽하게 끌어올리고 싶습니다."
비록 대표선발전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받아들진 못했지만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6·글로벌엠에프지)는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안현수는 17일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전체 5위에 올라 4위까지 주어지는 국가대표 자격을 얻지 못했다.
순위 포인트 42점으로 공동 4위였으나 슈퍼파이널 순위에서 이정수(단국대)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로 뽑히더라도 이달 말 러시아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팬들에게 '유종의 미'를 보여주겠다던 공언은 이루지 못한 셈이다.
하지만 안현수는 "아직 체력이 부족하다는 걸 느끼며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하지만 좋아지고 있다는 것도 점은 긍정적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많이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현수는 16일 남자 500m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전성기에 못지않은 경기 운영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 등 쇼트트랙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안현수는 2008년 대표선발전을 앞두고 무릎을 다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상 여파로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고 올해 초에는 소속팀인 성남시청 스케이트팀이 없어지는 등 거듭된 불운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결국 안현수는 러시아빙상연맹의 초대로 오는 25일 모스크바로 떠나 현지 대표팀과 1년간 함께 운동하기로 했다.
안현수는 "예전부터 러시아 진출 얘기가 있었는데, 지난주로 병역 특례에 따른 공익 근무 기간이 끝나 해외 진출에 제한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또 "부상 이후 오랜 재활을 견디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했는데 갑자기 팀이 없어지면서 소속 없이 운동해야 하는 상황도 해외 진출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안현수는 "예전부터 스케이트를 그만두면 외국에서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해 왔는데, 운동과 공부를 병행할 좋은 계기라 생각했다"면서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목표인 소치 동계올림픽까지 남은 2~3년 동안 한 템포 쉬면서 준비하고 싶다. 재활도 열심히 해서 몸도 완벽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해외 진출 사실을 알리면서 언급한 '상처'에 대해서는 "2006년 올림픽 이후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큰 관심까지 받다 보니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 "반대로 열심히 준비한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또 다음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뛸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섣불리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할 뿐"이라고 답했다.
갑자기 생소한 나라로 떠나는 것이 부담스러울 만도 하지만, 안현수는 씩씩하게 잘 견뎌내겠다고 했다.
"걱정은 물론 됩니다. 하지만 운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게 아니고, 본인의 의지없이는 전혀 되지 않습니다. 러시아도 올림픽을 앞두고 동계스포츠에 관심이 커서 조건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언어 문제 등 제가 준비해야 할 것만 잘한다면 문제는 없을 거라고 봅니다."
안현수는 "나이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준비만 잘한다면 그것에 구애받는다고 생각지 않는다"면서 "남은 기간 2014년 올림픽에 집중하고 나서 이후 선수 생활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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