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8 08:50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경제칼럼
일반기사

[경제칼럼] 혁신의 조건

이경수 (K-water 전북본부장)

 

수에즈운하가 건설되기 전에는 모든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다녀야만 했다. 163km의 수에즈운하로 9,000여km가 단축되었다. 공사 책임자인 레셉스(Ferdinand de Lesseps)는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수에즈운하의 성공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유럽 자본가들은 파나마운하의 건설을 시도했다. 불과 82km의 운하로 15,000여km를 단축하는 역사적 건설공사였다. 공사 책임자로 건설영웅 레셉스를 영입하였다. 그는 수에즈운하처럼 파나마운하도 해면과 같은 높이의 수평식 운하를 만들려 했다. 파나마운하 건설회사 직원인 브르슬리(Lepinary de Brusly)는 파나마와 수에즈 지역은 자연환경이 다르므로 파나마운하는 갑문식운하로 건설해야 한다는 혁신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레셉스는 브르슬리의 제안을 거부하고 자기방식대로 공사를 강행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해발 15m의 사막건조지역인 수에즈 지역과 해발 150m의 열대우림지역인 파나마는 자연조건이 너무 달랐다. 8년간 2만 2천명이 황열병 등 질병과 안전사고로 사망하고 파나마운하 건설회사는 결국 파산했다. 물론 레셉스 역시 철저히 무너졌다. 그 뒤 파나마 건설에 나선 미국은 브르슬리의 갑문식 아이디어를 채택했고 1914년 파나마운하가 완공되었다.

 

잘나가는 기업과 장수기업의 특징은 혁신경영, 창조경영에 있다. 핵심역량, 품질, 인재, 고객만족 등 모든 경영분야에서 지속적 혁신을 이루는 기업이 성공한다. 꾸준한 연구개발이나 획기적 아이디어로 신제품을 만들어 내거나 신시장을 개척하는 창조적 기업이 시장을 주도한다. 휴대폰 업계에서 애플이 아이폰으로 세계시장을 단숨에 접수하고 세계 표준을 만들어 낸 사례가 잘 설명해 준다.

 

혁신과 창조경영을 실행하는 방법들은 6-Sigma나 워크아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필자는 방법론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바탕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더십과 조직문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기 파나마운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레셉스는 왜 실패하였는가.

 

자연환경과 같이 기업의 경영환경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맞추어 끊임없이 혁신해야 장수기업을 만들 수 있다. 찰스 다윈이 진화론에서 '생존하고 있는 생물은 강한 종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한 종이다'라고 한 말은 그대로 기업경영에도 적용될 수 있다. 레셉스의 실패 이유는 바로 '성공한 사람이 자기능력과 성공방법을 우상화' 한 데 있다. 수에즈운하에서 성공한 방법과 능력을 과신하여 파나마운하에서 실패했다는 얘기다.

 

이런 현상을 아놀드 토인비는 '휴브리스(Hubris)'라고 불렀다. 그리스어의 휴브리스는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려는 오만'을 뜻한다. 작은 성공이든 큰 성공이든 성공한 기업과 리더는 이 휴브리스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조직문화와 리더십이 겸손하고 의견개진이 자유로우며 실패가 용인되고 창발적 의견이 실천되는 유연한 역량이 중요하다. 오만하고 무관심하며 소통되지 않으면 혁신적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고 조직문화는 수동적이 된다. 시키는 일만 하게 된다.

 

또한 조직내 구성원간의 무한경쟁과 단기 실적위주의 효율성 역시 조직내 불통의 벽을 쌓기 쉬워 장기적으로 오히려 큰 문제를 키울 수 있다. 문제가 있더라도 숨기고 스스로 노출시켜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혁신경영이 유행하지만 혁신의 조건은 기본으로 돌아가 열린 자세,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설적으로 과거의 성공이 내일의 성공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혁신의 출발점인 것이다.

 

/ 이경수 (K-water 전북본부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