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02:55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탁족(濯足) - 백성일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렸던 부안 변산해수욕장이 새만금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해류의 변동이 생겨 퇴적토가 쌓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예전의 명성은 오간데가 없어졌다. 심지어 모래를 갖다가 뿌려 놓아야할 상황까지 이르렀다. 물도 깨끗하지 않고 숙박시설이나 상가 등도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것같이 폐허처럼 변했다. 대신 격포나 고창 구시포 쪽으로 해수욕객이 옮겨 갔다.

 

그러나 지리산 뱀사골, 무주 구천동, 진안 운일암반일암,장수 방화동 계곡, 진안 풍혈냉천, 순창 강천사 등은 피서지로 각광 받는다. 다음주부터 초·중·고에서 일제히 방학에 들어가면 이곳으로들 떠날 것이다. 이제는 피서가 하나의 생활 풍속도가 됐다. 하루 이틀이라도 가족과 함께 휴가를 안갔다 오면 신간 편하게 여름 넘기기가 힘들다. 호주머니 사정이 안좋아도 빚을 내서라도 휴가는 갔다와야 하는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또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방학철에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 만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신경 쓰고 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이 있지만 피서 가는데는 상관이 없다. 소득과 취향에 따라 피서법이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산과 계곡이나 해수욕장을 찾는게 일반적인 피서법이다. 그러나 예전 선비들의 피서는 달랐다. 요산요수(樂山樂水)를 찾는 사람들이라 탁족(濯足)을 했다. 선비들은 몸을 노출하는 것을 꺼렸으므로 발만 물에다 담갔다. 탁족이란 말은 원래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서 나온 말이다.

 

초나라 충신 굴원이 간신의 모함을 받고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비관하고 있을 때 마침 지나던 어부가 그의 형편을 물으며 다음과 같은 시 구절을 남긴데서 유래했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 맹자(孟子) 이루장(離婁章) 상(上)에도 이 말이 인용됐다.

 

여기서 말하는 탁족의 의미는 물의 맑음과 흐림이 그러하듯 인간의 행복과 불행이 스스로 처신과 수양 방법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옛날 선비들은 지금처럼 에어컨과 선풍기를 갖고 몸을 식히는 것에 비해 탁족을 즐기면서 등배자(藤褙子)토수(吐手)죽부인(竹夫人)목침(木枕) 지모(紙帽) 등으로 여름을 났다.

 

/ 백성일 주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