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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국과 홍수(洪水) - 장세균

긴 장마가 끝나고 불볕더위가 시작되었다. 장마 때마다 홍수 피해는 우리나라의 연중행사이다. 북한에서는 홍수 때문에 그들의 집단체조인 아리랑 공연이 취소되었다고 한다. 중국은 10년 이래 최악의 홍수로 701명이 사망했고 태국은 이번의 홍수로 101명이 사망하고 360만명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홍수는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 때문에 장마와 폭우를 동반하는 2~3개의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로 발생한다. 과거 전통적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홍수와 가뭄은 하늘이 내린 천벌로 보았다. 특히 오랜 가뭄은 농경국가인 우리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오직했으면 임금이 머리를 풀고 하늘을 향해 비 내리기를 기원하는 기우제(祈雨祭)를 지냈겠는가. 조선조 500년 동안 기우제를 지낸 횟수가 모두 1142회 였다고 하니 일년 평균 2회가 넘는다.

 

가뭄 못지않게 무서운 재난이 홍수였다. 홍수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정서는 유럽과 다르다. 유럽의 자연은 유순하고 규칙있게 변화하기에 인간의 의지로 다스릴 수 있었다. 유럽의 자연은 인간이 충분히 정복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일반적으로 지중해 인근의 강우량은 한국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했고, 유럽의 중심부에 있는 알프스의 눈이 녹아 흐르기에 수량은 풍부하지만 비바람 때문에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와 반면에 한국의 자연은 인간이 다스리기에 억셌다. 그래서 산천(山川) 앞에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마음은 산에 들어갈 때는 대소변을 받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들어갔다고 한다. 또 산중에서는 큰 소리로 말한다거나 부정탈 말은 산신령을 노하게 한다하여 조심했다고 한다. 만일 냇가에서 돼지나 개를 잡아 피를 흘려서 부정을 타면 그 응징으로 폭우을 내린다고 생각했다.

 

폭우로 홍수가 나면 고을의 원님은 누가 부정을 타게했는지를 조사하여 처벌까지 하려고했다 한다.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잘하는 것이 임금의 덕목이었기에 그랬던 것이다. 홍수와 같은 천재(天災)를 지금으로 말하면 인재(人災)로 생각하여 도덕적 성찰을 했었던 것 같다. 어찌보면 홍수 피해는 미리 대비치 않는 안이한 태도에서 나온 인재이기도 하다.

 

/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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