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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속죄양 - 백성일

예나 지금이나 조직에서 부(副)자는 별로다. 자치단체에서 부는 장(長)을 보좌하는 역할에 그칠 뿐 독자적인 컬러를 낼 수 없다. 행정부지사는 중앙에서 파견한 공무원이지만 일처리 때마다 지사 눈치를 살핀다.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실질적 의미에서 볼 때는 지사가 임명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정무부지사는 지사의 판단에 따라 여건만 맞으면 그 누구라도 임명할 수 있다.

 

정무부지사는 정무에 관한 사항을 맡는다. 말이 정무지 사실 일 하려고 하면 엄청나게 힘든 자리다. 중앙 정부와 가교 역할을 해야 하고 도내 국회의원·도의원 그리고 언론사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한마디로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이라서 이 사람들 비위 맞추려면 애 간장 녹는다. 기자들도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라서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평소 접대를 자주해야 하는 자리라서 아예 쓸개와 간장을 떼놓고 다녀야 할 지경이다.

 

김완주지사가 취임초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삼성 출신 김재명씨를 정무부지사로 임명했다. 다음으로 매일경제 편집국장 출신인 한명규씨를, 그리고 쌍용 출신 송완용씨를 임명했다. 연임하면서는 전주문화방송 보도국장 출신인 박종문씨를 기용했다. 정무부지사는 지사를 대신해서 술상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건강이 망가질 수 있다. 그 만큼 쉬운 자리가 아니지만 정치에 꿈 있는 사람들은 경력 관리를 위해 이 자리를 넘본다. 그런 면에서 장세환 국회의원은 성공한 케이스다.

 

박부지사가 25일자로 사표를 냈다. 언론사에 30년 정도 근무하면서 쌓아온 인맥 덕으로 1년 정도 정무부지사를 했지만 LH문제로 어려웠다. 서울과 전주를 밥 먹듯이 오가면서 열심히 챙겼지만 정무부지사라는 역할의 한계 때문에 좌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실패로 끝난 LH문제에 대해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는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책임을 지고자 한다"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결국 박부지사가 속죄양(Scapegoat)이 되고 말았다. 사즉생(死卽生)을 외치며 도민들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김완주지사는 멀쩡하고 박정무만 자리를 떠나게 됐다. 그렇다고 LH후유증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다. LH후속대책에 관해 정부측의 속시원한 답변이 없어 이래저래 도민들만 속앓이 하고 있다.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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