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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체서피크 브리지와 새만금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바다는 끝이 없었다. 망망대해 위로 뻗어있는 다리 위를 우리 네 가족이 탄 차는 달리고 또 달렸다. 바다에는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고 다리 아래에는 거친 파도가 다리 위를 덮칠 듯 넘실대로 있었다. 10여년전 필자가 조지타운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워싱턴에 살고 있을 때 휴일여행 중 체서피크 브리지를 건널 때의 정경이다.

 

'체서피크 브리지'는 미국의 버지니아주 남동쪽 끝에 있는 노포크 부근에서 수도 워싱턴을 거쳐 메릴랜드주 끝 부근까지 대서양이 길게 파고 들어온 체서피크만(灣)을 건너지르는 다리다. 버지니아주와 건너편 메릴랜드주의 찰즈곶 사이 20마일(37㎞)을 다리로 연결해 놓은 것이다. 중간 일부 구간은 부근의 노포크 해군기지의 해군 함정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해저터널로 되어 있기는 하나, 광대한 바다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장대하기 비할 데 없고 건너가는 이의 마음은 벅찬 감동마저 느끼게 한다.

 

필자도 광활한 바다를 자동차로 횡단하는 장쾌한 느낌이 좋아 워싱턴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가깝지 않은 그곳까지 안내하여 거금(?) 10달러씩 통행료를 내면서까지 함께 횡단해보곤 하였다. 한번은 석양 무렵 이 다리를 건너가 맞은 편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지나온 곳을 돌아보는 순간, 세상에, 내가 건너온 바다끝 수평선으로 해가 빠지고 있었다. 그 감흥이라니~!

 

필자가 다리를 건널 때마다 생각한 것은 한결같이 "역시 미국이다."라는 감탄과 부러움이었다. 사실 체서피크 브리지는 그 필요성이나 활용도는 그리 크지 않다. 버지니아쪽의 노포크 일대는 미 해군의 중심항이고 제법 큰 도시가 형성되어 있지만 건너편의 메릴랜드 지역은 인구도 별로 없는 농촌지역이고 이를 경유하여 연결할 대도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엄청난 비용을 들여 바다로 갈라진 이 먼 곳을 잇는 다리 건설을 시도한 미국의 그 스케일에 감탄하고 국력을 부러워하곤 하였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다시 새로운 감흥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지금은 안쪽 수면이 다소 낮아지기는 하였지만, 어느 쪽이 바다인지 구분이 안가는 바다 위로 끝없이 펼쳐진 새만금 방조제 위를 달릴 때마다 나는 체서피크 브리지를 떠올리며 다른 사람과는 다른 내용의 감회에 젖곤 한다. 새만금 방조제의 길이가 33.9㎞로 네덜란드 쥬다치 방조제(32.5㎞)를 뛰어넘는 세계 최장이어서만은 아니다.

 

내가 그리도 감탄하고 부러워하던 미국의 스케일이 새만금 방조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 바닥 폭 290m(최대 535m), 평균 높이 36m(최대 54m), 경부고속도로를 13m 높이로 쌓을 수 있는 1억2천만㎥의 토석 사용량 등등은 왕복 2차선 다리에 불과(?)한 체서피크 브리지와 비교조차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 세계 최강 미국만이 가능할 것이라고 느끼던 체서피크 브리지를 초라하게 만드는 대역사를 우리 대한민국이 해냈고, 계속 이루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방조제 안에 서울 여의도의 100배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가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는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아리울'을 건설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 창조하는 역사를 써 가고 있다. 마치 어린 아기가 태어나면서 세차게 울어 새로운 생명 탄생을 알리듯 새만금에 부는 세찬 바람은 '새로운 문명'이 불어오는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듯하다.

 

필자는 국무총리실 재직시절 새만금 특별법 제정과 새만금위원회 발족에 일조한 바가 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른 새만금이 우리 한국의 국력과 기술을 세계에 알리고, 배달민족의 스케일을 과시할 수 있는 현장이 되었으면 한다. 세계 최고의 명품도시가 되어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아가 미래에, 국가와 전북의 먹거리 산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각자의 이해를 뛰어넘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새만금은 우리가 건설하고 있지만, 새로운 문명을 여는 아리울은 세계의 중심 대한민국을 살아갈 우리 후손들이 길이길이 누려야 할 요람이 되어야 할 터이니 말이다.

 

/ 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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