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중국 관광지는 대략 10여곳쯤 된다. 북경 상해 항주 소주 서안 청도 대련 만리장성 계림 황산 해난도 백두산 등이 그런 곳들이다. 최근엔 사천성의 구체구와 황룡이란 관광지가 '뜨고' 있다.
구체구는 해발 3000m가 넘는 산상 7.5Km의 계곡에 폭포와 수정처럼 맑은 크고 작은 호수가 이어진 원시비경 지역이다. 티베트족 9개 마을이 있다 해서 구체구(Nine-Village Valleys)다. 황룡은 3400여개의 에머랄드 빛 석회암 연못의 비경을 자랑한다. 과장되긴 했지만 이승의 선경, '동화속 세계'로 불린다. 유네스코가 1992년 세계자연유산으로, 1997년에는 세계생물권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굳이 두 관광지를 꺼낸 건 놀라운 관광객 숫자 때문이다. 구체구를 찾는 관광객이 하루 3만명에 이른다. 입장료도 1인당 6만원이니 적은 액수는 아니다. 이 곳에 관광객들이 몰리기 시작한 건 중국인들의 경우 5년 전, 한국인들은 3년 쯤 전부터라고 한다. 중국의 유명 관광지마다 이런 규모로 관광객들이 북적거린다. 경제적 효과를 헤아리면 그들이 부럽다.
중국의 관광소비와 구매력은 왕성한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을 주목하는 것도 그들의 관광소비와 구매력 때문이다. 13억 인구의 상위 5%인 6500만 명의 소비력은 상상 이상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부자들보다 더 잘사는 사람들이다.
에어버스사의 A-380은 '하늘을 나는 5성급 호텔'이라는 별칭이 붙은 최신형 비행기다. 한번에 550명의 승객을 태우고 날 수 있다. 이 비행기의 아시아 첫 비행지가 바로 중국이었다. 중국 구매력의 힘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단적인 사례 하나.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16명이 쇼핑한 액수는 4억6000만 원 어치였다. 루비 화장품 홍삼 등이 주류였고 허름한 옷차림의 한 70대 노인은 부인이 롤렉스시계를 만지작거리자 선물하겠다며 스스럼 없이 카드로 결재했다. 이들을 데리고 온 조선족 안내원이 귀뜸한 내용이다.
전북의 '새만금 관광'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대규모 중국 관광객 유치 프로젝트인 중국특화벨트사업도 그 일환이다. 컨셉은 좋지만 중국이 만만한 곳은 아니다. 그들의 부(富)와 구매력을 활용할 인프라, 그것이 문제다. 우리가 아닌 그들 눈높이의 인프라 구축이 과제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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