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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왕도의 중심 익산] ⑦세계유산 등재 위한 가치규명-비교 유산

궁궐·왕릉·사찰 등 고대 왕도 모두 갖춘 경주와 비교 가능…미륵신앙 근거 둔 불교유적문화

익산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녹유연목와, 녹유연목와는 유냑을 발라 녹색으로 구워낸 것을 지붕 써가래 끝에 부착시켰던 기와이다. (desk@jjan.kr)

목조건축물 기와인 와당(瓦當)은 삼국과 동아시아 전반에 나타나는 미적 특징이다. 똑같은 연꽃무늬 수막새 와당이더라도 백제는 우아하고, 고구려는 굳세고, 신라는 화려한 느낌을 준다. 일본 기와는 깔끔하고, 중국 기와는 듬직하다. 와당만으로도 각국의 비슷하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 등재되려면, 타지역 혹은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과 차별성을 증명해 백제 왕도의 정체성을 규명해야 한다. 익산역사유적지구의 또다른 고민이 바로 '비교 유산'이다. 신라 1000년 왕도를 자랑하는 경주역사유적지구, 지난해 천도 1300주년을 기념한 일본 나라현의 궁궐 유적과의 비교는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익산역사유적지구 내 왕궁리·미륵사지 권역에 무게

 

익산역사유적지구는 미륵산 주변의 왕궁리·미륵사지 권역과 금강 하구의 입점리 권역으로 나뉜다. 특히 금강 유역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문물 교류의 요충지였다. 때문에 익산역사유적지구는 꺼져가던 백제사의 맥박을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고대 동아시아의 찬란한 문명 교류사까지 복원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왕궁리·미륵사지 권역에는 왕궁, 사찰, 능 등 백제 왕도를 입증할 만한 유적이 고루 분포한다. 특히 마한의 널무덤인 토광묘가 몰려 나오는 데다 청동·철제유물을 만나볼 수 있어 철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마한에 뿌리를 둔 백제 문화의 전통성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입점리 권역에는 백제 중기의 다양한 고분이 존재한다. 땅을 직각으로 파고 들어가 돌로 무덤방을 축조한 수혈식 석곽분, 무덤방으로 향하는 길을 별도로 마련한 횡혈식 석실분, 무덤방 한쪽을 뚫어 입구를 마련한 횡구식 석곽분 등은 백제의 전형적인 고분 양식. 이는 백제 무왕 때야 비로소 전통성과 보수성이 강한 분묘 유적에 백제의 양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익산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는 "익산역사유적지구가 마한에 뿌리를 둔 백제 문화로서 차별성을 갖는 건 분명하지만, 백제 왕도로서 공주·부여역사유적지구와 세계유산에 등재되려면 입점리 권역은 제외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 고대 도성 구성요건 갖춘 경주역사유적지구 비교 가능해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신라 1000년의 역사가 집약돼 있다. 경주역사유적지구는 불교 미술의 보고인 남산지구, 천년 왕조의 궁궐터인 월성지구, 고분군 분포 지역인 대능원지구, 신라 불교의 정수인 황룡사지구, 왕궁 방어 시설의 핵심인 산성지구 등 5개 지구로 구분된다. 이는 궁궐, 왕릉, 사찰, 성곽 등 고대 왕도의 구성요건을 갖추고 있어 익산역사유적지구와 비교 연구가 가능하다. 신라의 초기 왕궁 위치는 정확하지 않지만, 계림과 첨성대 사이의 건물터와 성동동 전랑지 등이 확인되면서 궁궐의 규모·위치가 추정되고 있다. 신라 불교의 장엄함과 웅혼함을 드러내는 황룡사지구에는 38만여 ㎡에서 4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된 황룡사(사적 제6호), 신라 대표 승려인 원효와 자장이 머문 분황사가 대표적인 유적이다. 경주를 방어하기 위한 명활산성(동쪽), 선도산성(서쪽), 남산성(남쪽) 등을 통해 신라의 초기 성곽 축조 방식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익산역사유적지구가 참고할만한 사례이다.

 

▲ 일본 나라현의 백제 불교 문화, 미륵신앙에 근거한 익산과 달라

 

"백제 정신·문화 없이는 '일본도 없다'"

 

2008년 충남도를 방문한 아라이 쇼고 일본 나라현 지사는 이같은 취지의 말을 남겼다. 일본이 자랑하는 고대 문화와 국보급의 유적·유물이 백제 문화 교류의 산물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710년 나라현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수도인 헤이조쿠(平城京)는 백제인들이 꽃피운 아스카 문화를 발판으로 세워졌다. 660년 백제가 멸망하자 2만여 명에 이르는 백제 유민이 일본으로 이주해 아스카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기 때문. 이미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도다이지, 고후쿠지, 야쿠시지 등 백제인들의 손길이 닿은 고찰들이다. 하지만 익산역사유적지구의 미륵사는 미륵불에 대한 신앙심에서 발원한 백제의 불교 유산으로 일본과는 차별성을 띈다. 2009년 발굴된 사리봉안기에서 미륵불에 대한 신앙 대신 석가모니 부처에 대한 신앙만 표출 돼 논란을 빚기도 했으나, 여전히 미륵불 신앙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는 시선이 지배적.

 

하지만 백제의 불교 문화를 수용해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운 '아스카·후지와라 궁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익산역사유적지구를 포함한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일본 고대 문화의 원류이면서도 이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는 한 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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