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01:20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머리띠 - 장세균

 

노동자들이 데모를 할 때는 으레 머리띠를 묶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노동자 역시도 데모때 머리띠를 두르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다. 또 머리띠에는 여러가지 구호나 요구 조건이 쓰여져 있다. 머리띠를 두르는 데에는 몇가지 심리적 이유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긴장의 표시로 머리띠를 두른다는 것이다. 머리를 묶으면 뇌신경을 자극하여 주의력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흔히 수도하는 사람들이 머리띠를 두르는 것도 똑같은 이치일 것이다. 둘째는 결의나 의지의 표시로 머리띠를 두르는 것이다. 셋째는 서로가 뜻을 같이하여 죽음과 삶을 같이하는다는 동심(同心)과 결심(決心)의 뜻이 머리띠에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옛날에 의적(義賊)이나 화적(火賊)의 일당이 흑두건(黑頭巾)이나 백두건(白頭巾)으로 머리띠를 똑같이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동학혁명때 동학군(東學軍)도 고깔형 머리수건을 씀으로써 합심(合心)을 나타내기도 했다. 넷째는 나쁜 사귀(邪鬼)를 막는 예방수단으로 머리띠를 둘렀다고 한다.

 

옛날에 신성한 제사음식을 만들때 부엌에서 일하는 주부들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일을 했다고 한다. 일본의 생선 횟집에 가보면 주방장이 왼쪽으로 꼰 머리띠를 두르고 작업을 하는데 이것도 병마(病魔)가 침입을 못하게 하기 위한 전통이라고 한다. 이런 머리띠를 노동쟁의나 데모에 도입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라고도 한다.

 

중국 역사책 '후한서(後漢書)'에 보면 진(秦)나라의 무신(武臣)들이 머리띠를 두른 것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뒤에 와서 문신(文臣)들도 머리띠를 둘렀다는데 무신과 구별하기 위해 머리띠 길이에 차이를 두었다는 것이다. 또, 고구려 벽화에도 남자들은 머리띠를 두르고 새의 깃털 두 개를 꽂은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의 병서(兵書)인 '고충군진개서(高忠軍陣開書)'에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머리띠에 대해서 상세하게 나온다는데 색깔별로 하얀색, 검은색, 파란색, 붉은색, 그리고 머리띠의 길이와 폭, 매듭, 좌우 어느 쪽에 매는가에 대해서도 100가지가 있다고 하며 이로써 사무라이의 신분과 계급, 심지어 출신지방, 병과(兵科)까지도 구분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데모때 두르는 머리띠는 일본식과 비슷하다고 한다.

 

/ 장세균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