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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전주 YMCA의 아버지 합창단 최기성 단장

"아버지의 존재를 이야기 하고 싶었어요"

전주 YMCA의 '아버지 합창단' 최기성 단장(52)은 행복 전도사다.

 

목사, 영어학원 원장, 건축사 사무소 소장, 치과 의사 등 남부럽지 않게 살아온 남성들이 느닷없이 합창을 하겠다고 오디션을 치렀다. 특별한 자격 조건은 없었다.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40세 이상의 아버지들이면 입단 가능. 단,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면, '크게' 환영받는다.

 

단원을 추가 모집하기 위해 열린 오디션은 예상했던 것보다 진지했다. 단원 대부분이 중년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듯 임했다. 선발된 38명의 평균 나이는 56세. 백발의 청춘까지는 아니어도 뒤늦은 합창 바람은 나이도 잊게 했다.

 

최 단장은 "직장에서 퇴직하고 나니 '누구의 아빠'로만 존재할 뿐 '아버지의 삶'은 잊혀진 지 오래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아버지가 위기인 시대에 아버지의 존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하면서 뭔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합창 역시 팀플레이잖아요. 개개인이 역할을 감당해야 하모니를 만들 수 있죠. 마치 합창단원의 막내처럼 주전자 드는 기분으로 열심히 임할 생각입니다."

 

대학 합창단, 교회 성가대 등 경험이 풍부한 최 단장은 수줍어 하면서도 모두를 숙연하게 만드는 바리톤 목소리의 소유자. 그는 "소리가 들쭉날쭉 한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아이돌 노래로 '어른돌'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 다행"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어떤 단원은 흥에 겨워 손짓 발짓으로 박자를 맞추고, 나눠준 악보를 돋보기 쓴 눈으로 읽느라 정신이 없는 '학구파' 단원도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턱이 빠지도록 열심히 연습한다는 마음가짐은 모두 같다.

 

그는 "딸들이 자기관리를 잘해서 더 좋은 소리를 내라고 '잔소리'를 해줘 힘을 얻는다"며 "이곳에서 아버지의 권위가 아닌 따뜻한 사랑을 얻어갔으면 한다"고 했다.

 

'아버지 합창단' 단원들은 그 연륜 만큼이나 저마다 노래와 인생에 관한 이야기 보따리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각자 걸어왔던 길은 어떻게 노래로 풀어질까. 이 각본 없는 드라마가 흥미진진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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