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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 이병기, 심도있는 연구·재조명 필요"

탄생 120주년 기념 학술대회서 전문가들 지적

지난 23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린 가람 이병기 탄생 120주년 학술대회서 하정일 교수(왼쪽 네번째)가 발제를 하고 있다. (desk@jjan.kr)

가람 이병기 선생의 문학과 민족정신이 탄생 120주년을 맞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제 말기 대부분 작가들이 친일 문학으로 전향했지만, 옥살이까지 하면서도 친일적인 글을 단 한 줄도 남기지 않았던 가람이 우리 문학의 졸가리를 세우는 일에 기여한 드문 분이었지만 그에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가람의 학문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 23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린 가람 이병기 탄생 120주년 학술대회 첫날 인하대 최원식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역사는 의외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학계의 금언처럼 가람도 그렇다"며 "가람이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는 분단과 전쟁, 냉전으로 이어지는 한국현대사의 비극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가람이 18세(1909년)부터 77세로 별세하기 하루 전까지 60여년을 일기로 담아낸 사연을 소개하며 "우리의 간난한 지성사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한다는 점에서 가람일기의 가치는 중요롭다"면서 "가람은 학문을 하기위해 학문을 한 것이 아니라, 운동의 길에서 학문을 탁마한 재야학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재야에서 실증의 치밀성을 높이 연마하고 제도속에서 운동의 대의를 잊지 않았으니, 가람의 학덕이 새삼 기루어진다"며 "학국문학유산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바탕으로 한 실천적 연구자"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또, "가람이 시조를 혁신해 현대시로 환골탈태한 비밀은 시조의 유연성을 예리하게 꿰뚫어봤기 때문"이라며 "한국근현대사의 간난한 도정에서 한국 최고의 문학적 사유의 보석을 찾는 작업에 매진해 오신 가람은 우리 시대 최고의 실천적 교양인"이라고 분석했다.

 

발제에 나선 고려대 이형대 교수는 가람이 백철과 분담해 쓴 최후의 노작 '국문학전사'를 소개하며 "국문학전사는 한국문학의 총체성 상실이란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바로 이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바람직한 민족문학사 서술을 향한 가람의 열망과 지혜를 제대로 간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4일에는 가람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열렸다.

 

숭실대 장경남 교수는 "국문문학을 국문학의 범위에 넣자는 게 가람의 입장이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이런 가람의 논의가 이후의 문학사 서술에 끼친 영향이 부족했고, 적극적이고 본격적인 평가를 위해 문학사의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광대 최경봉 교수는 "근대 초기 문법 저술이 대개 라틴문법의 틀을 수용한 반면, 1930년대 문법 저술은 국어의 특성을 기술하는데 관심을 기울였고, 가람의 문법 저술은 이런 전환기를 연 성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전북대 전정구 교수는 "독보적인 가람의 학문적 문학적 자산에 대한 무관심은 문학계 후손들의 나태와 태만의 결과"라며 "지속가능한 가람문학제를 통한 지역 문화산업으로 발전과 이를 위한 가람문학관 건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일간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최원식(인하대) 교수의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이형대(고려대) 교수, 최경봉(원광대) 교수, 유성호(한양대) 교수, 이지엽(경기대 교수), 오하근(원광대) 명예교수, 정수자 시조시인, 하정일·박태건(원광대) 교수가 주제발표자로, 장경남(숭실대) 교수, 시정곤(카이스트) 교수, 오문석(조선대) 교수, 박경주(원광대) 교수, 전정구(전북대) 교수, 이택회(익산문협) 회장, 이현식(인천문화재단)본부장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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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만 kjm5133@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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