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8 14:27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경제칼럼
일반기사

[경제칼럼] '최저가 보장제' 및 '단골대우'의 경제학적 비밀

조승규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

 

필자가 가끔 들르는 동네 과일가게 아저씨 에드워드와 나누었던 이야기. 싱가포르의 한 마을에서 이웃한 두 과일가게간에 가격전쟁이 시작되었는데, 5일째 되던 날 어떤 이는 우리 돈 천 원의 가격에 사과 20개를 살 수 있었다 하고, 또 어떤 이는 열대과일을 박스째 살 수 있었단다. 소비자들에게는 횡재였겠으나 가게 주인들에게 그 결과는 참혹하였다. 5일간의 전쟁 끝에 두 과일가게 주인들은 각각 우리돈 삼천만 원 및 사천만 원 어치의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고 신문에 났다면서, 에드워드는 자신도 이웃 가게들과 가격전쟁을 벌이게 될 지 모른다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위의 사실은 좀 예외적인 경우이겠지만, 가격전쟁이 모든 판매자 입장에서 딜레마인 이유는 명확하다. 경쟁자가 적정 가격을 매기고 있다면 혼자서 가격을 조금만 인하해도 큰 판매증가를 얻을 수 있고, 만약 경쟁자가 가격을 인하한다면 나 또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동기 구조 때문이다.

 

출혈적 가격전쟁을 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상대방의 가격 인하에도 고객을 잃지 않도록 품질 제고 등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고전적 대안이 될 것이다.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위험을 내재하고 있긴 하나 상호간에 직·간접적으로 가격담합을 시도할 수도 있고, 아예 경쟁사를 합병 인수하거나 상호투자를 통해 상대방의 손실을 나의 손실로 내재화함으로써 가격경쟁의 원천적 동기를 배제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경쟁자가 가격인하를 시도하였을 경우 더 낮은 가격으로 가차없이 대응하는 독한 명성을 쌓아둠으로써 아예 상대방이 시도의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할 수도 있겠다.

 

잠재적 가격전쟁에 대해 걱정이 많은 에드워드에게 경제학자인 그의 고객은 게임이론 입장에서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전략을 제시하였는데 그 아이디어가 좀 역설적이다.

 

첫째는, 소비자들에게 '최저가격 보장'를 약속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아무도 내 가격보다 쌀 수 없다는 신호이자 동시에 나보다 더 싼 가격이 있을 경우 차이를 보상할테니 걱정말고 구매하라는 판촉의 수단으로 통상 이해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 이 약속은 경쟁자로 하여금 그가 가격인하를 시도했을 경우 나에게서 그 가격 차이를 보상받을 수 있음을 잘 아는 소비자들이 굳이 싸다고 그에게 몰려가지는 않으리라는 무언의 압박이 되겠기에, 경쟁자의 가격인하 시도를 낮추는 전략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둘째는, 소비자들에게 소위 '단골대우'를 약속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만약 내가 향후에 같은 제품에 대해 가격을 인하하게 되면 지금 가격과의 차이를 보상하겠다는 소비자에 대한 약속으로써, 지금의 가격이 충분히 낮은 가격임을 소비자에게 호소하고자 하는 판촉의 수단이다. 그러나 이 전략의 또 다른 측면은, 내가 가격을 인하할 경우 이전 고객들에게도 차이를 보상해주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나에게 오히려 손해가 되겠기에 나 자신이 가격인하를 선도할 유혹을 스스로 줄인다는 것이다. 주요 경쟁자들이 이 전략을 공동 채택한다면 전체적으로 가격 인하의 동기는 낮아져 가격경쟁의 가능성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두 가지 전략 모두 일견 보기에는 경쟁자들간의 가격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혜택이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기실은 소비자들을 인질 삼아 가격경쟁을 피하는 고도의 전략적 기술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경제학적 발견이 흥미롭다. 이래저래 당하게 되는 소비자의 입장이 애처롭지만, 한편으로는 이 전략들이 광범위하게 채택되었을 경우 싼 가격을 찾아내어 보상을 받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노력이 배가하게 될 것이므로 판매자 입장에서 오히려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게 되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 반드시 씁쓸해 할 일만도 또한 아닐 듯 싶다.

 

/ 조승규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