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청결, 질서, 친절의 나라다. 일본 사람들의 청결의식은 이미 세계적인 것이어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방문할 때마다 부러운 느낌이 드는 건 매번 새롭다. 도로와 거리, 인도· 공원· 카페 등 그 어느 곳에도 담배 꽁초 하나, 휴지 한장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없다. 자치단체 부서 명칭에 청소과· 쓰레기처리과 등이 있을 정도로 청결문제에 대해선 각별하다.
질서· 친절도 마찬가지다. 도로가 아무리 혼잡해도 자동차 경적소리를 내지 않는다. 운전자들은 보행자 우선 원칙을 꼭 지킨다. 교통신호도 어기지 않는다. 식당이나 공연장에서는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줄서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식당이나 가게, 엘리베이터 어느 곳에서나 '아리가도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이럇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는 말이 넘친다. 살갗만 닿아도 미안하다는 인사를 깍듯이 한다.
이러한 사회자본이 확충될 때 비로소 선진국, 선진사회, 선진시민이라는 소릴 들을 수 있다. 사회자본은 지역이나 도시의 경쟁력이다. 미국의 미래 정치학자인 후쿠야마는 "한 나라의 경제는 규모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문화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화적 요인이 바로 사회자본이다. 사회자본이 앞선 지역이 발전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뒤처질 수 밖에 없다. 그 이론모델이 바로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지역의 발전격차 예다.
전주의 사회자본은 어떤가. 과거 외지인의 눈에 비친 전주는 깨끗하고 친절한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올시다라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공원엔 쓰레기가, 도로엔 불법 적치물이 넘쳐난다. 동사무소 화단에도 쓰레기와 깨진 벽돌이 널려있다. 도로변 화분은 꽃도 없이 텅 비어 있고 깨진 채 방치된 것도 있다.
건축물과 전봇대에 닥지닥지 붙은 불법 광고물, 차창 밖으로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담배꽁초, 듬성듬성 패이고 들춰진 보도불럭. 전주는 더이상 친절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도시가 돼 버렸다. 축제의 계절에 사람들 불러모아 놓고 더러운 꼴만 보여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전주시청에 이런 걸 알려줘도 꿈쩍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관리자들이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으니 잘 돌아갈 리가 없다. 시장만 마음이 바쁘지 공무원들은 너무 느긋하다. 전주시민이 너무 얌전한 탓인가.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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