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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동냥 벼슬 - 백성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할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벼슬이 아니다.국회의원 할려면 할아버지 때부터 3대에 걸쳐 덕(德)을 쌓아야 한다. 시험봐서 되는 게 아니고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지난 20여년간 도내서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되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언서판은 갖춰야 한다.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돈 많이 벌거나 고위직에 있으면 선출직에 나설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깝죽대지만 그래도 깜은 돼야 한다. 내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자·타천 형태로 예상 후보들이 넘쳐난다. 현역들은 수성하려고 방패를 다듬고 도전자들은 공천 받아 배지를 달려고 창을 갈고 있다. 서로 창과 방패가 좋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유권자는 냉담하다.

 

국회의원·단체장·지방의원 할 것 없이 선출직은 모두가 동냥벼슬이다.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가 딸에게 젖을 얻어 먹이기 위해 젖 동냥하는 것이나 결코 다를 바 없다. 거지나 동냥아치가 돌아 다니며 돈이나 물건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비는 것과 같다. 동냥벼슬 자리는 표를 먹고 살기 때문에 표만 있으면 체면도 불구한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타지만 나중에는 연예인같이 잘들한다.

 

노무현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씨가 광주 서구에서 구의원이 되었다. "국회의원이든 기초의원이든 다 동냥 벼슬일세.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항상 동냥하는 마음으로 처신하는 수 밖에 없을 걸세. "이실장은 난생 처음 구의원이라는 선출직이 되고 보니 은사 말씀이 절로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그렇다. 이실장의 말처럼 동냥벼슬을 꿰찬 사람들은 당선후에 처신을 잘해야 하지만 나중에 보면 영 미덥지가 않다.

 

오늘도 입지자들은 타는 목마름처럼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굽신거린다.유권자들은 진정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똑 속아준다. 오늘 재 보선이 끝나면 현역들도 뻔질나게 지역구를 들락거릴 것이다. 동냥벼슬을 한 지난 4년동안 얼마나 지역을 위해 뛰었나를 판단할 때다.전북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게 없다. 너나할 것 없이 새만금을 팔아 먹었지만 그것도 신통치 않다.그렇다면 유권자는 내년에 어떻게 해야 할까.

 

/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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