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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와 풍류정신

전주를 일러 흔히 '전통문화중심도시'라고 한다. 전주시 스스로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표방한다. 조선 왕조의 발상지인데다 한옥마을이 있고, 소리와 음식 예술 등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전통문화에 담긴 사상적, 정신적 기반에 대해서는 그 동안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다. 관심과 연구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그저 '옛 것'이 많이 있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 전주 전통문화의 기저에 흐르는 정신을 '풍류(風流)'라고 제시한 발표가 있어 눈길을 끈다.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지난 9일 열린 제13회 전주학 학술대회에서 최영성 교수(한국전통문화대)가 발제한 '풍류정신과 전주'가 그것이다.

 

최치원을 심도있게 연구해 온 최교수는 난랑이라는 화랑을 기리는 76자의 '난랑비서(鸞郞碑序)'를 근거로 이를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고유사상을 '풍류'라 보고 '포함삼교 접화군생(包含三敎 接化群生)'으로 요약한다. 여기서 포함삼교는 유·불·선 3교가 본래부터 포함되어 있음을 말하며 접화군생은 본질과 온갖 생명까지 사랑하고 가까이 하여 진화시킨다는 의미다. 특히 접화군생은 모든 생명체가 신바람나도록 하는 것으로 오늘날 한류(韓流)로 승화되었다. 곧 풍류는 다양한 사상을 포용하고 종합하여 조화를 이루며 자연과 하나되는 어울림의 사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최교수는 모악산의 신끼(神氣)에 주목한다. 계룡산이 아버지 산, 모악산이 어머니 산인데 모악산은 이름에 걸맞게 서로 다른 종교와 사상을 한 몸에 품었다는 것이다. 미륵신앙, 보덕화상의 예견, 정여립의 대동사상, 간재의 유학정신, 동학사상과 각종 신흥종교를 그 예로 든다.

 

또 정서와 정감을 통한 인격수양을 강조한 풍류의 전통은 전주를 예술의 고장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판소리, 부채, 비빔밥, 한지 등으로 상징되는 전주의 풍류문화는 맛 멋 즐거움을 추구하며, 그 가운데 인격완성을 추구하는 풍류도 정신을 잘 구현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은 각기 별개의 것이 아니라 태극, 음양, 오행사상 등 전통문화를 '세트화'한 것으로 본다.

 

전주에 깃든 전통문화 정신을 이처럼 풍류로 해석하는 것은 귀기울일 만하다. 앞으로 이같은 연구들이 축적돼 전주, 나아가 전북의 정신이 다각도로 조명되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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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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