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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初心)과 역설적 이야기

▲ 김관식…전주 자인산부인과 원장

사람들은 시작할 때의 마음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하다못해 친목모임에서도 감사라는 직분이 마련되어 있다. 감시자는 귀찮고 대하기 껄끄럽다.

 

하지만 조직이나 기관에 감사기구라는 견제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초심을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방만하고 부패해져 와해되기 쉽상이다.

 

시냇가에서 잡은 송사리를 수조에 담아두고 다음날 일어나 보니 물고기는 모두 떠올라 죽어 있었다. 환경이 갑작스레 변한 탓에 물고기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어느 날 물고기를 잡는 어구에 송사리는 간 데가 없고 그들의 천적 쏘가리가 세 마리 들어 있었다. 다음에 잡힌 송사리들은 천적과 함께 수조에 넣어 두었다. 다음날 놀랍게도 죽어서 떠오른 송사리는 한 마리도 없었다. 송사리는 천적을 피해 다니느라 쉴 새 없이 헤엄쳤을 것이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송사리를 살린 것이다.

 

개구리 무리가 의기투합하여 더 나은 서식지를 찾아 이동 중에 두 마리가 깊은 웅덩이에 빠지게 되었다. 개구리들은 위험에 처한 동료개구리를 바라보며 손짓을 하며 외쳤다. 자신의 갈 길을 계속 가야 했던 일행은 동료의 위험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으나 어차피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니 고생하지 말고 편하게 죽음을 택하라고 소리쳤다. 한 마리는 자포자기하고 스스로 더 깊은 곳으로 자신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한 마리는 포기하지 않고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 웅덩이를 탈출하였다. 그리고 동료개구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듣지 못하는 개구리였다. 동료들의 몸짓을 응원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 개구리는 역경을 이기고 생존하여 더 강한 개구리가 되었다.

 

전자의 이야기는 한 친척의 경험담이며 후자는 필자의 아들이 들려준 학교의 시험문제 지문을 살짝 각색한 것이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변화를 이겨낼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역경 앞에서 장단점이 전도되기도 한다. 개인이나 단체 또는 기관이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발전의 힘이 될 수도 있으며 장점에 자만하면 파멸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초심을 벗어날 때 선의와 악의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며 그때 선의는 피해를 불러온다.

 

의사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없애 나가는 직업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의사의 사명은 병자를 돕는 것이고 세상의 병자가 사라지면 의사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초심은 병자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났을 때 피로와 함께 무력감이 몰려오면 일을 멈추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고 쉽게 생각하려는 나태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때 스스로를 다잡게 하는 것이 바로 초심이다.

 

어린 시절 산골 마을은 하늘과 구름, 나무와 새, 개울물과 물고기 모두 참으로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그 시절 소나기 떨어지는 저수지에 빗방울이 원을 그리며 퍼지고 또 다른 빗방울의 둥근 무늬를 만나고 소멸되는 장면은 필자의 마음 속 배경화면이 되었다.

 

그때 필자는 하나의 빗방울이 되었다. 그리고 작은 원이 되어 세상 속으로 퍼지며 다른 빗방울의 무늬를 만나 서로를 스치고 삶의 굴곡을 만들어가고 있다. 확장은 소멸되어가는 현상이다. 소멸되어가는 필자에게 초심은 동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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