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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불놀이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이 다가오면 시골 아이들의 마음은 설레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쥐불놀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때는 어른들이 못하게 말리지만 이 날만은 불놀이가 공식적으로 허락된 날이다.

 

아이들은 미리 깡통을 구해야 했다. 대부분 분유통이나 통조림 깡통이었다. 지금은 흔해 빠졌지만 예전엔 그것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깡통을 구하면 못으로 숭숭 구멍을 뚫었다. 구멍을 뚫다 못이 미끄러져 손을 다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그리고 깡통에 철사끈을 달았다. 다음은 깡통에 넣을 나무를 준비했다. 장작이나 판자조각이면 그만이었다. 그 중 소나무에 공이가 박힌 관솔이 최고였다. 관솔은 송진이 많이 엉겨 있어 오래 타고 화력이 셌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 아이들은 대보름 전날 밤, 냇가 제방이나 논둑 밭둑으로 나갔다. 깡통에 밑불을 놓고 그 위에 나무를 채워 빙빙 돌렸다. 불이 잘 붙지 않아 애를 먹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일단 불씨가 살아나면 처음에 연기가 솟다가 어느 순간 불꽃으로 변해 혀를 날름거렸다. 휙휙 바람소리를 내며 돌아 갈 때의 기쁨은 개선장군 못지 않았다. 아이들은 "망월이야, 망월"을 외치면서 마른 풀에 불을 놓았다. 좀더 크게 원을 그리고, 불꽃이 더 활활 탈수록 어깨가 으쓱했다.

 

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사방에서 붙는 불은 장관이었다. 동국세시기는 이를 쥐불(燻鼠火), 또는 쥐불놀이(鼠火戱)라 했다. 이 놀이에는 잡초를 태움으로써 해충의 알이나 쥐를 없애 풍작을 이루려는 뜻이 담겨 있다. 쥐불의 크기에 따라 그 해의 풍흉, 마을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했다. 불의 기세가 크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칫 논에 쌓아 놓은 짚단을 몽땅 태우기도 하고, 산불로 번지기도 했다. 깡통이 없던 옛날에는 쑥방망이를 사용했다고 한다. 쥐불놀이는 곧 한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워밍업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월 대보름에는 쥐불놀이뿐 아니라 달맞이 달집태우기 줄다리기 별신굿 지신밟기 등의 민속놀이를 즐겼다. 또 찰밥에 묵은 나물을 먹고, 부럼 깨물기, 그리고 귀밝이술 등을 마셨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다. 어둠과 질병, 재액을 쫓는다는 밝은 대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 본다. 올 한해도 국가가 평안하고, 모두에게 좋은 일만 있게 하소서!.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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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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