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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에 선출된 홍성덕씨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사습보존회 이사장을 새로 뽑는다. 그런데 이 선거에 전에 없이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전주대사습놀이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와 가치가 놓여있다.

 

음력 단오를 전후해 열려온 전주대사습은 연원이 300년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조선시대 열렸던 전주대사습의 모습을 명확하게 고증해낼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정노식의 <조선창극사> 나 향토사학자 홍현식이 전주지역의 노인들을 면담조사하여 발표했던 보고서를 보면 당시의 대사습이 경연의 목적을 갖고 있었지만 경연 보다는 놀이적 성격이 강한 감상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주대사습 초기, 조선시대의 통인들은 명창을 초청해 기량을 겨루게 하여 당대의 최고 명창을 뽑아 대우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서민들이 판소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축제로 만들었다. 당시 대사습은 경연이 목적이었지만 서민들이 청중으로 참여해야 판이 비로소 이루어지는 놀이, 곧 축제의 성격이 훨씬 강했던 셈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의 모든 전통문화가 그러했듯이 대사습과 같은 놀이판 역시 사라지거나 위축됐다. 전주대사습 역시 판소리의 단절과 함께 중단되면서 그 명맥이 끊겼다. 일제 강점기와 남북분단과 전쟁, 농촌공동화의 시기를 거치면서 명맥이 끊겨있던 전주대사습이 부활한 것은 1975년이다.

 

다시 시작된 전주대사습은 신분제 사회의 조선시대와는 달리 산업사회의 특징을 반영했다. 복원 초기는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청중 중심의 경연 재현이었지만, 곧이어 경연 대회 실황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면서 현장성은 약화되고, 방송 위주의 경연으로 변모했다. 이 때문에 전주대사습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지만, 그 한편으로는 TV로 생중계된 방송 덕분에 국악은 대중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지역축제의 활성화 바람이 일면서 전주대사습은 새롭게 주목받는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자연히 전주대사습을 이끄는 대사습보존회의 기능과 역할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동안의 보존회 역할은 긍정적인 평가와 거리가 멀다. 오랫동안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관행과 폐쇄적인 조직 운영이 건강성을 가로 막고 있었던 탓이다. 이번 새 이사장 선출에 국악인들 뿐 아니라 지역문화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주대사습놀이를 우리의 자랑으로 만들고 싶다면 조직이 건강해야 한다. 바로 지금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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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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