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두려움과의 사투
제일 무서운 것은 역시 '인간'이라고 하지만 우리와 같지 않음에서, 낯설거나 모르기 때문에 오는 무서움은 또 다른 것이다. 더욱이 스스로가 조절 할 수 없는 상황은 우리를 더 당혹스럽게 만든다.
이번 주 개봉한 영화 두 편은 '타의에 의한 상황'과 '늑대(늑대개)'를 중심으로 색다른 무서움을 담고 있다. 무섭고 괴롭지만 어쩔 수 없는 그 상황,'하울링'과'더 그레이'를 만나보자.
△ 하울링 (범죄, 드라마/ 114분/ 15세 관람가)
승진 때마다 후배에게 밀리는 강력계 만년 형사 상길(송강호)은 순찰대 출신의 새파란 신참 여형사 은영(이나영)을 파트너로 맞는다. 고과 점수도 낮은 분신자살 사건을 함께 수사하면서 상길은 은영이 못마땅할 뿐이다.
하지만 그 사건이 계획된 살인임이 밝혀지고 두 사람은 자체 수사에 나서게 된다. 물론 협조 하에 사건을 진행해야 한다는 은영의 의견을 무시한 채 상길이 단독적으로 벌이는 것이다.
한편, 짐승에 의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은영은 사체에서 발견된 짐승의 이빨 자국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모든 살인사건들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직감하게 되는데. 마침내 은영과 상길은 피해자들의 몸에 있는 공통된 이빨 자국이 늑대개의 것임을 알아내고 그 피해자들이 과거 서로 알던 사이였음을 알아낸다.
'하울링'은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이자 '동물'의 대변, 혹은 '선과 악'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영화다. 비록 주인공은 송강호와 이나영이지만 이들과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후자에 가깝다. 평생 한 주인을 따르는 늑대개의 스토리가 '하울링'을 이끄는 힘. 여기에 범죄 장르를 더해서 다이내믹하다. 늑대개와 관련된 장면을 플래시백(현 시점에서 과거로 돌아가 다시 보여주는 것)으로 삽입해 영화는 더욱 단단해 졌다.
'하울링'은 노나미 아사의 추리 소설 '얼어붙은 송곳니'를 원작으로 제작됐다. 메가폰을 잡은 유하 감독이 직접 각색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한 영화. 감독의 노력만큼이나 괜찮은 작품이다.
△ 더 그레이 (액션, 드라마/ 116분/ 15세 관람가)
알래스카에서 석유 추출공과 작업자들을 외부의 위협, 야생 동물들로부터 보호하는 프로페셔널 가드 오트웨이(리암 니슨). 그는 25주간의 작업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비행기는 알 수 없는 문제로 알래스카의 설원 속으로 곤두박질치고 기적적으로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 오트웨이를 포함해 7명 뿐이다. 영하 30도에 육박하는 추위와 두려움 그리고 눈보라 속에 갇힌 이들에게는 추위보다 더 무서운 문제가 있다. 바로 호시탐탐 이들의 목숨을 놀이는 늑대 무리. 살아남기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는 이들에게 자연은 상상하지 못한 덫으로 그들을 위협하고 이 끝없는 설원에서 이들은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해 자신을 지켜야 한다.
대략의 스토리에서 알 수 있듯 '더 그레이'는 재난 영화다.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가장 굵은 맥. 재난 영화치고 극적인 안도감이나 평온함이 없는 것이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비행기 추락 장면부터 영하 30도의 혹한과 설산(雪山) 그리고 늑대 무리의 화면 구성이 훌륭하다. 하지만 실제를 방불케 하는 이 자연 풍경을 만끽하다보면 힘에 붙이는 관객들이 다수 생길 것. 단 한 순간도 쉴 틈을 주지 않는 (실제 알래스카가 그렇다 하더라도) 영화 진행은 숨 가쁘다 못해 손발을 저리게 만든다. 특히나 마음 약한 여성 관객에는 쥐약. 여기에 주인공인 리암 니슨에게 너무 할애한 나머지 다른 배우들의 존재감과 활약은 기억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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