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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를 다 안쓰고 남겼다"고 기자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시장 군수들이 있었다. 관선시절의 얘기다. 그만큼 예산을 아껴 썼다는 걸 강조한 것이겠다. 당시엔 판공비(辦公費)로 불렸고 시장 군수들은 이 돈을 '폭 넓게' 사용했다. 연말이 오기도 전에 바닥이 나 비서들이 전전긍긍해 하기도 했다. 부족한 돈은 편법으로 충당했다. 이런 시절이니 다 안쓰고 남겼다면 자랑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만큼 대·내외 활동에 소극적이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업무추진비는 공무(公務) 처리 과정에서 쓰이는 돈이다. 자치단체 행사와 시책,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은 물론이고 조직운영과 홍보, 기관간 유대 강화 등이 용도다.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적법한 돈인데 얼마나 활동하지 않았으면 돈이 남았겠느냐는 것이 그것이다.

 

어찌됐건 분명한 건 아무리 포괄적 용도의 예산일 망정 용도에 맞지 않거나 영수증 등 증빙자료도 갖춰지지 않고 집행된다면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 혈세나 마찬가지인 이 돈이 실제로 단체장들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퇴직공무원 격려금 100만원, 전출 공무원에 대한 전별금 100만원, 경찰서장 전별금 50만원, 지방의원 해외연수 지원 160만원 이런 식이다. 간담회를 연 뒤 한끼 식비로 1인당 7만원이 쓰였고, 영수증도 없이 지출된 경우도 있다. 최종 수령자가 없는 지출을 두고는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사고 있다. 전공노전북본부와 전주시민회는 업무추진비 씀씀이를 공개하고 공직선거법 위반과 뇌물 공여로 몰아부치고 있다.

 

도내 15개 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연간 41억원 규모다. 전라북도가 5억3000만원대, 가장 적은 장수군이 1억8천만원대였다. 민선시대 들어 업무추진비는 대폭 늘어났다. 선거를 겨냥한 선심용 집행이 늘고 있는 건 아닌지 눈여겨 봐야 한다.

 

그 많은 예산이 단체장 개인의 생색내기용으로 쓰인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무를 가장한 사적인 용도의 집행은 없는지, 마치 쌈짓돈처럼 쓰이는 일은 없는지 감시해야 한다. 시민 세금으로 조성된 돈이라면 사용목적에 맞게 써야 하고 그 근거도 확실해야 한다. 아울러 자치단체마다 천차만별인 업무추진비 규모도 일정 기준을 갖고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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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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