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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잘해야 지방 정치인 되는 세태

▲ 김성중 사회부 부장
4·11총선을 앞두고 10일부터 사흘간 실시되는 도내 민주통합당 후보 경선에 이목이 쏠린다. 선거구별 2~3명으로 압축된 후보들은 경선 선거인단에게 표를 달라고 사력을 다 한다. 전북에선 민주당 후보경선이 본선과 다름없기 때문일 것이다.

 

새삼스럽지만 퀴즈 하나 내본다. 정동영 의원과 장세환 의원의 공통점 세 가지는?

 

첫 번째. 두 사람 다 이번 총선에서 '큰 결단'을 했다. 정 의원은 지역구인 전주 덕진을 떠나 서을로 갔고 전주 완산을 장 의원은 아예 불출마했다.

 

두 번째. 두 사람 모두 자기 지역구의 차기 '금배지'에 신경을 많이 썼다. 정 의원은 '후임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종일 KDI교수를 천거했고, 장 의원은 수개월 전부터 '안 될 인물' 두 사람을 공개적으로 찍었다.

 

마지막으로 정 의원과 장 의원의 '차기 금배지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유 교수는 수도권으로 차출됐고, 장 의원이 거명한 후보 중 한 사람은 경선 후보가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덕진과 완산을에서 이 같은 과정이 진행되면서 지방의원들의 위상이 국회의원 발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덕진부터 살펴보자. 정동영 의원이 느닷없이 유종일 카드를 꺼내들자 지역구 지방의원들은 유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에 몰려가 '병풍' 노릇을 했다. '병풍'은 '이 자리에 나온 우리 지방의원들은 유 후보를 지지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웬걸, 병풍까지 쳐줬던 유 후보가 돌연 서울로 가고 경선이 김성주, 이재규 후보로 압축되자 지방의원들이 모여서 갑자기 '중립'을 선언한다.

 

정 의원의 지시에 맹종하던 그들이 갑자기 3·1독립운동이라도 한 걸까? 한 지방의원은 이렇게 반문했다. "구태여 어느 편에 설 필요가 있습니까?" 말인즉슨 정동영은 힘이 세니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유 후보가 떠난 현재는 경선 결과에 따라 후보를 잘 받들면 된다는 것이다. 섣불리 지지후보를 정했다가 화를 당하는 상황을 피하는 절묘한 정치적 베팅을 읽힌다.

 

완산을은 더 가관이다. '경선 후보가 정해지기 전까지 경거망동 말라'는 장세환 의원의 엄명을 따르던 지방의원들은 최근 후보가 둘로 압축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지 후보를 정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덕진 지방의원들은 그나마 두 후보를 초청해 정책과 비전을 묻는 요식행위라도 거쳤지만 완산을은 아예 자기들끼리 다수결로 정했단다. 구태여 표결로 지지후보를 정한 이유에 대해 한 전주시의원은 "통일된 행동을 보이는 게 같이 사는 방법 아니겠느냐"고 솔직히(?) 말했다. 그는 '미래의 국회의원'에게 줄을 서야 다음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는다는 현실 정치상황도 들먹였다.

 

시의원에게 '당신들이 선택한 후보가 경선에서 지면 어떡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1초도 안 걸려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다. "당이 공천한 후보가 당선되도록 도와야죠"였다. 일관성 상실은 물론 한 치의 부끄러움이나 자존심조차 없는 지방정치인의 현주소가 확인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 공천 달라고 하지 않겠다'는 대답이 나올 수도 있으려니 생각했던 기자의 어리석음도 확인됐다.

 

지방선거 때 '중앙당과 국회의원이 공천을 좌지우지 말라'고 핏대를 세우다가도 총선만 되면 공천에 목숨을 건 정치 도박에 익숙해진 지방정치인들.

 

그래서일까. 얼마 전 도내 한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이 진짜로 도박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고 한다.

 

지방정치인들이 평소 실전 도박으로 꾸준히 실력을 쌓아야 총선 도박판의 승자가 되는 이치를 순진한 유권자들이 과연 알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김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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