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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문화생태마을

낡은 건물의 리모델링을 통해 도심을 살린 영국의 사례를 소개한 글을 읽고 독자 한분이 전화를 주셨다. 그는 전문가들이 소도시나 읍면 단위에 방치되어 있는 건물 대부분이 작은 공간이라는 것을 주목해 대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실 기존 건축물을 리모델링하고 새로운 기능을 부여해 도시 재생을 위한 도심의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는 유럽의 도시들 중에는 작은 마을 단위의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독일 서베를린에 있는 문화생태마을 우파파블릭(ufa Fabrik)도 그 중 하나다. 도심에서도 문화생태마을을 향유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우파파블릭은 '물론'이라고 명쾌하게 답한다.

 

우파파블릭은 1920년대 포츠담의 필름영화제작소가 지원하는 필름현상소였다.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생기면서 현상소는 동베를린에, 촬영소는 서베를린으로 나뉘게 되자 더 이상 현상소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학생운동이 활발하게 일었던 1960년대, 유럽권의 젊은 세대들이 베를린으로 이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 우파파블릭에도 100여명이 이주해왔다. 버려졌던 공간은 오래되고 낡아 생활에 큰 불편을 주었지만 대부분의 입주자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남아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자리를 잡은 뒤 '길드'를 형성해 마을을 꾸렸다. 대부분 재생공간들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주민들의 일상을 바꾸는 시설로 기능한다면 이곳은 공동체 삶을 지향하는 마을 단위의 공간으로 조성된 것이 특징이다. 본격적인 작업은 1978년에 연 페스티벌로 시작됐다. 3개월 동안 이어진 이 축제는 작은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일종의 실험이었다. 도심의 쓰레기와 쓰지 않는 물건들이 이들 작업의 재료가 됐다. 환경 친화를 주제로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동양의 명상법을 배웠으며 세계 최초로 태양열목욕탕과 물을 내리지 않아도 되는 자연발효화장실을 개발했다. 이듬해 6월, 우파파블릭은 공식적으로 출발했다. 공동체를 지향하는 우파파블릭은 모든 의사결정을 회의와 토론으로 결정하고 거주자들은 카페와 레스토랑, 빵공장 등에서 그룹별로 일한다. 빵집에서는 하루 2천개의 빵을 만들어 베를린 전역으로 판매한다.

 

2007년 현재 입주자는 12세대 30명. 200명의 협력자가 있으며 2006년에만도 210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지금은 연간 25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명소가 됐다. 우리도 둘러보면 이런 공간, 이런 마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얼마든지 많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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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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