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공원의 핵심은 단연 덕진연못이다. 4만5000평의 공원부지 중 2/3인 3만 평이 연못이다. 호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현수교와 함께 여름 내내 호수 절반을 차지하는 연잎과 그 위에 하얗게 핀 연꽃은 장관이다.
옛부터 덕진채련(德津採蓮)이라 하여, 전주 8경 중 하나였다. 풍월정에 앉아 저녁 노을과 달빛을 끼고 뜸부기 우는 호면(湖面)의 피리소리 실은 어화에 젖은 채 맞은 편 승금정을 내다보는 던진연못의 풍경을 이름이다. 단오에는 연꽃을 보고 창포물에 머리를 감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같은 덕진연못은 언제쯤 생겼을까. 명쾌한 기록이 없긴 하나 몇가지 유래가 내려온다. 하나는 1100년 전인 900년,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하면서 도성방위를 위해 늪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고려 때 이미 자연호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선 초기에 전주 용왕제가 덕진연못에서 행해진 기록으로 보아 꽤 오래된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오늘날의 덕진연못은 풍수지리설과 관련이 깊다. 전주부성은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태로 북서쪽이 공허하여 지기(地氣)가 빠져 나간다고 생각했다. 이 지기가 유실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지산과 가련산을 제방으로 연결하여 연못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전라도관찰사를 지낸 이서구가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덕진공원은 일제때 호남갑부였던 박기순이 이 일대에 사설공원을 설치할 목적으로 1917년에 30년간 임대를 했다. 1927년 취향정을 짓는 등 여러 시설을 했고 1929년 전주시에 기부채납했다.
그런데 이 덕진연못의 수질이 최악이라고 한다. 수질측정 결과 '등급 외'라는 것이다. 음악 분수대에서 나오는 물보라가 피부에 닿으면 질병이 우려되고, 심한 물비린내로 공원 이미지가 훼손될 지경이라고 한다. 서울의 석촌호수나 일산호수처럼 오염처리시설을 하루 빨리 갖춰, 사랑받는 공원으로 거듭 났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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