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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다르다. 어릴 적 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사람, 아는 것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그러나 사춘기에 들어서면 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거나, 세대차이가 나는 사람으로 치부된다. 20대가 되면 "기성세대는 갔다"며 반발심이 발동하고, 30대 때는 "하긴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라는 식으로 태도가 바뀐다. 40대에 들어서 비로소 "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아버지의 의견을 한번 들어봅시다"며 아버지의 존재감을 인정한다. 50대에 들어서면 "아버지는 훌륭한 분이셨어"라고 말한다. 자식 키우고 느낀 동병상련 탓이리라. 그리고 60대에 이르면 "아버님께서 살아계셨다면 꼭 조언을 들었을 텐데…"하며 아쉬워한다. 세대별 아버지의 인상이 그럴듯 하다.

 

아버지가 하루에 하는 일을 자식들이 거울처럼 들여다 본다면 어찌 될까. 아버지를 존경하지 않을 자식이 없을 것이다. 결재판을 들고 다니며 직장 상사한테 연신 굽신거리고 때로는 혼쭐이 나는 모습, 부하 직원을 어르고 달래느라 곤욕을 치르고 경우에 따라선 치받치기도 하는 광경, 승진하기 위해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하고근무평정을 잘 받기 위해 아첨도 떨면서 술자리에선 딸랑딸랑 상사의 비위를 맞추고 헛웃음 짓는 일 등이 비일비재할 터이다. 모두 가족을 지탱하기 위한 '인내와 헌신'이다. 이런 행동거지를 자식들이 훔쳐본다면 경외감(?)에 사로잡히지 않을까.

 

오늘날 아버지들은 끝 없는 일과 피로, 직장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러니 집에서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하기도 힘들다.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어느새 무심한 아버지가 돼 있다. 밖에서 시달리고 가정에서 대우 받지 못하는 아버지들의 어깨가 축 처져 있다. 특히 50대는 부모를 모실 줄 아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식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는 점에서 서글픈 '낀세대'다. 직장에서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면서도 자녀 교육비에 자녀 부양까지 힘겨운 생활을 하는 세대다.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3중고에 시달리는 낀세대 아버지들도 흠뻑 격려받는 날이었으면 좋겠다.'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 '아버지의 최고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라는 걸 자식들은 알까 모를까.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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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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