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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가호위(狐假虎威)

그간 변화를 갈망했던 도민들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져 국회의원 7명이 물갈이 됐다. 국회의원을 새로 당선시키는 것 보다 낙선시키는 게 더 어렵다. 그 만큼 기득권을 털어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권한이 예전만은 못해도 그래도 선망이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공천권을 갖고 있어 지방권력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산중에서 짐승들끼리 회의할 때 호랑이 같은 존재나 다름 없다.

 

이번에 국회의원을 대거 신진들로 바꾼 것은 지방권력을 물갈이 하자는 신호탄이었다. 국회의원 자신이 몇선하는 동안 해 놓은 일이 별로여서 팽 당했겠지만 그 이면에는 옆에 붙어 호가호위 하는 사람 때문에 벼락 맞을 수 있었다. 원래 국회의원 자리는 지역 일을 잘해도 선거때가 닥치면 유권자들이 리트머스 시험지를 들이대면서 흔들어대는 자리다. 경쟁자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갈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민주당 일당 독식 구조가 20여년간 지속돼 와 각 지역구별로 선거때마다 나름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잘 먹고 산 사람들이 생겨났다. 자질과는 상관없이 지역구 국회의원과 관계여부에 따라 지역 일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이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표 깎아 먹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원들은 면전복배하는 그들을 내팽개치질 못하고 함께 간 게 화근일 수 있다.

 

전국책(戰國策)에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고사가 나온다. 호랑이를 뒤에 세우니 모든 동물들이 여우에게 머리를 숙였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선거가 끝나고 난 이후에는 호랑이 힘을 믿고 마냥 설쳐대는 여우가 나타날 수 있다. 선거 때 도왔던 지방의원부터 시작해서 측근들이 발호할 수 있다. 돈이나 권력도 모두 여우 뒤에 있는 호랑이 같다. 호랑이가 사라졌을 때 늑대 등이 과연 자그마한 여우에게 절을 하겠는가.

 

선거 때 알게 모르게 힘써 준 사람들이 있다. 거의 가족이나 친인척들 빼고는 조건없이 그냥 도움 준 사람은 없다. 당선되고 나면 뭔가를 바란다. 당선자들이 이 점을 경계해야 한다. 요즘 대형비리의 시작이 자신의 심복이었던 운전사들이 사진 찍어 내놓은 증거 때문에 속속 드러난다. 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당선자들은 여우들 한테 책잡힐 빌미를 제공하지 않아야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백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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