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스승의 날이 탄생했지만 이 날을 맞는 스승의 감회는 착잡하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교권 침해와 추락이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현실에 순응하면서 '직장인'이 돼 가고 있는 교육자들이 많다. 유능한 교사들이 명퇴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 교권은 안중에도 없이 학생인권만 외치는 일부 사회풍토도 스승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총이 전국 교원 32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원인식 설문조사 결과는 이런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다. '교직에 대한 만족도 및 사기가 최근 1∼2년간 어떻게 변화했느냐'는 질문에 81%가 '떨어졌다'고 응답했다. 4년 연속 내리막길이다.
그 이유로는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이 29.8%로 가장 높았다.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학부모의 태도'(22.6%), '교직에 대한 사회적 비난'(21.1%), '학생교과지도 및 잡무의 어려움'(14.0%) 순이었다. 명퇴 원인으로는 '교육환경 변화'(94.9%)가 가장 많았고, 교육환경 변화로는 '학생인권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추락 현상'(70.7%)을 가장 높게 꼽았다.
교직만족도와 사기가 이런 데도 우리 사회는 교육자들한테 페스탈로치의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교권 없이는 제대로 된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가 이루어질 수 없다. 교육의 질은 결코 교원의 능력을 능가할 수 없는 법이다.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왜 존경받는 스승이 사라지고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할 일이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한번쯤 우리사회가 던지고 대답해야 할 화두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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