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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탐대실 행정

서민이란 일반적으로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사람,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재산의 정도를 기준으로 서민을 측정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재산은 2011년 기준 2억9765만 원이다. 통계청이 전국 1만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가계금융 조사를 벌인 결과다. 중위 값은 1억5926만원, 중위 부채는 3천80만원이다. 단순 계산하면 중위 값에서 부채를 뺀 1억3천만원 정도가 중위 재산이라고 할 수 있다. 순 재산 총액이 1억3천만원 이하의 가구라면 서민이라고 불러도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긴 강남에서 십 몇억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어도 자기는 서민이라고 우기는 이도 있긴 하지만.

 

서민들의 가장 커다란 꿈은 내집 마련이다. 과거 주택공사가 영구임대, 20년 장기임대 아파트 등을 지어 분양했다. 주택공급을 늘리고 서민들도 내집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사업성보다는 공공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적자 폭이 늘 수 밖에 없다. 2009년 10월 출범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빚이 지금 300조에 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공 빚이 대부분이다. 택지와 주택 공급을 전담하는 공기업으로선 이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적 기능수행이 우선이라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겠다.

 

지금 LH가 고분양가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전주 효자5지구 보금자리 아파트(560가구) 분양가가 3.3㎡당 719만~730만원이었다. 아파트 한 채 값이 2억4000만원에 이른다면 무주택 서민하고는 거리가 멀다. 주변 시세를 반영해 경제적 여유 있는 계층을 노렸다면 전주시민을 '봉'으로 삼은 셈이다. 하지만 고분양가 논란 속에 수십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 건 아이러니다.

 

지방의회와 시민단체 등이 벌떼 같이 일어나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분양가를 인하하지 않으면 LH사업 인허가를 못해주겠다고 공문까지 보낸 전북도의 처사는 성급했다. 소탐대실 행위일 수 있다.

 

LH는 빚 때문에 임대아파트 사업을 하지 않으려 한다 정부 요구 때문에 마지못해 한다. 도내 시군은 물론 전국의 지역들이 임대아파트 건설 로비를 벌이는 판인데 그런 공문이나 보낸다면 사업을 축소할 명분을 줄 수 있다. LH의 전북맨들은 실리를 챙겨야 할 전북도가 똥 오줌을 가리지 못한다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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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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