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22:11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창극의 발견

 

콘텐츠의 시대다. 시대야 어떻든 그 이유로 우리 전통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공연예술무대에도 콘텐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형식과 내용 그 모두에서다. 전통문화의 가치가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으면서 공연무대의 양식은 확실히 풍요로워졌다. 요즈음 공연무대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다. 창극에의 새로운 발견이다.

 

창극은 판소리를 바탕으로 하는 우리 고유의 음악극이다. 아름다운 음악과 연극, 춤, 화려한 무대에 관현악 악기반주까지 결합해있는 종합예술이라는점에서 서양의 오페라와 비교되기도 한다. 최초의 창극은 '원세계'. 1908년 원각사에서 '원세계'가 올려진 이후 창극은 1950년대 말까지 가장 인기있었던 공연예술이었다. 우리 전통문화가 말살되었던 일제강점기, 창극은 전성기를 구가했다. 삶의 근원이 뿌리째 흔들리는 전통문화 말살의 환경에서 창극은 그나마 대중들의 삶을 위로하는 통로였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새로운 대중문화가 밀려들면서 창극은 더 이상 대중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다. 설자리를 잃었던 창극은 1962년 국립창극단이 만들어지면서다시 일어섰다. 과정은 지난했으나 창극은 100여년동안 우리나라 공연예술의 적자의 자리를 그대로 지켜온 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오늘의 무대에서 창극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우리의 양식으로 발전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신명은 있으나 감동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소리꾼의 절창에 가슴 뜨거워지지만 창극 무대가 여전히 낯선 탓이다.

 

다행히 창극에 대한 관심이 근래들어 높아지고 있다. 창극의 스토리는 여전히 고전소설이 주를 이루지만 다양해지는 콘텐츠 덕분에 새로운 스토리의 등장도 늘어나는 추세다. 고전의 변용으로 스토리의 참신한 변화도 눈에 띄지만 무대양식의 다양한 실험도 창극의 틀을 바꾸어가고 있다. 그런점에서 보면 창극은 적어도 우리음악분야의 '오래된 미래'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주부터 전주한옥마을에 있는 소리문화관에서는 매주 토요일 창극무대가 열리고 있다. 전북방문의 해를 맞아 전주문화재단이 기획한 마당창극 '해 같은 마패를 달 같이 들어 메고'다. 판소리 '춘향가'중 변학도 생일잔치와 암행어사 출도장면을 재구성한 이 무대는 창극의 정통적 요소를 열린무대의 새로운 양식과 결합시켜 신명을 한껏 돋궈낸다. 10월까지 한시적 야간상설공연무대로 기획된 아쉬움이 있지만 5개월 동안의 장정이 창극의 대중성을 높이는 시간으로는 부족해만 보이진 않는다. 이제 시작인 무대에 주최 측이 더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정 kimej@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