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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사진기에 담긴 오래된 이야기

KBS전주'삼인삼색'흑백 사진작가 김학수 초대 53년간 찍은 빛 바랜 농·어촌 풍광 20여점 출품

▲ 김학수 作 '귀가2'
"요새 디지털 시대 아니여. 카메라도 스마트폰으로 다 찍고. 나는 정말 아날로그 '구닥다리'지."

 

사진작가 김학수 선생(79)의 빛 바랜 사진엔 옛 이야기가 밀물과 썰물로 다가온다. 잊혀져간 기억이 되살아나는 살갑고, 정겨운 풍광. KBS 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영선)이 연 기획 초대전'삼인삼색'에서 그는 53년 간 찍은 무수한 흑백사진 중 20여 점을 추렸다. 해사하고 맑은 표정 덕분에 '소년 할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절제된 흑백 작업을 변함없이 보여줬다.

 

그의 사진에 담긴 것은 완주·부안·고창 등에서 찍은 허리 굽혀 수확을 하고 있는 농부, 소금을 걷어들이는 염전, 숨바꼭질 하듯 뛰노는 아이 등이다. 표제작'귀가'는 20년 전 완주 구이에서 포착한 것. "'못질'(모내기) 하던 농부, 옆에는 할망구가 '새꺼리'(새참) 갖고 와 기다리고 있는 걸 찍었지. 그 버드나무가 좋아서 다시 볼라고 갔더니, 몇 년 전에 베어버렸다고. 아쉽지만 어떡혀. 요새 사람들은 그런 걸 중히 여기질 않어."

 

이번에 작정하고 낸 게 견공 사진이다. 사진기를 둘러메고 논이고 밭을 쏘다닐 때면 강아지들이 '컹컹' 짖곤 했다. 김제 진봉면·남원 운봉면에서 주인 대신 빈 집을 지키던 강아지들을 보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곤 했다. "요즘 TV 좀 봐. 못된 놈들은 개만도 못혀. 얘들은 주인한텐 충성한다고."

 

모두가 "녹슬면 기름칠 해 가면서 썼던" 낡은 사진기를 통해 들여다본 사진들이다. 7~8년 전 사위가 사준 디지털 카메라도 딸 몰래 팔긴 했으나, 이 '무거운 고철덩어리' 만큼은 간직하고 있다.

 

"옛날 사진들을 보면 빛 바랜 사진이 내 인생이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덕분에 애들도 가르쳤고, 상도 받았고, 나의 전부지요."

 

전주가 고향인 선생은 대한민국사진대전 초대작가로, 국내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과 초대전을 가졌고, 미국과 중국에도 초대 돼 한국의 풍경들을 낯선 땅에 옮겨놓기도 했다. 2009년부터 본보에 '김학수의 오래된 기억'을 연재하면서 온고지신의 지혜를 전했다. 이화정기자 hereandnow81@

 

△ KBS 기획초대전'삼인삼색 - 사진작가 김학수' = 8~21일 KBS 전주방송총국 모악갤러리. 개막식 8일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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