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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시 나라의 기념사업

710년 고대 일본인들은 나라(奈良)에 수도 헤이죠우코우(平城京)를 건설했다. 불교를 보호했던 국가는 이곳에 많은 사원을 세워 불교를 번성시켰다. 74년 후인 784년, 수도가 다시 교토로 옮겨졌지만 사원은 그대로 남았고 나라는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수많은 사찰과 신사가 도심에 그대로 남아 있는 나라는 지난 2010년, 천도 1300주년을 맞아'평성천도 1300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정작 그 해에 나라를 가보진 못했지만 준비가 한창이던 2007년 나라를 답사한 적이 있다. 그때 나라현과 나라시, 그리고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던 기념사업 준비과정은 놀라웠다. 기념사업은 단순히 옛 역사를 반추하며 기리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지역주민들의 대대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기념사업은 과거를 복원하는데 만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세계 속의 역사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 통로로 자리 잡고 있었다. 관과 민이 의지를 모으고 나선 덕분에 활기가 넘쳤던 나라는 역사와 전통문화의 가치를 어떻게 발견하고 실현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도시의 모범이었다.

 

나라현이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평성천도 1300년 기념사업'은 나라를 역사와 문화를 통해 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교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었다. 기념사업은 3개. 세계문화유산인 '헤이조궁'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 즐기며 교류하는 국제적인 이벤트 '역사문화의 제전', 역사와 문화를 통해 다채로운 교류 활동을 전개하는 중심공간으로 나라현을 조성하는 '역사문화의 국제교류지역 형성', 새로운 교류 무대로 '다시 소생하는 헤이조궁 복원'이다.

 

'고대의 수도에서 인간과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면 세계의 미래가 보인다'는 슬로건 역시 천도 1300년 기념사업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명쾌하게 담고 있었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던 나라현의 관계자는 기념사업 취지를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되새겨 다음 세대로 계승하는 새로운 문화와 교류를 창출하는 감동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1998년부터 천도 1300주년을 기획해 준비해온 나라는 기념사업을 2010년에만 집중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20~30년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짰다. 물론 2010년, 대대적인 역사문화제전이 펼쳐졌던 나라에 세계 여러 도시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따로 있다. 천도 1300년을 기념해 세운 20~30년 단위의 장기 플랜 추진이다. 일회성 단기성 이벤트와 행사 중심 사업들이 넘쳐나는 우리에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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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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