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월산리 출토 유물 특별전 / 국립전주박물관 오늘부터
남원의 운봉고원은 백두대간의 동쪽 고원지대로, 백제와 가야 및 신라가 교통하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바로 이곳 월산리 고분군에 대한 지난 2010년 발굴조사에서 가야시대 유물이 대량으로 쏟아져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가야계 투구와 비늘갑옷, 왕이나 상류층과 관련된 유적에 껴묻혔던 자루솥, 백제지역에서만 출토되고 있는 중국제 자기 천계호(天鷄壺) 등이 여기서 발굴된 대표적 유물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이 발굴기관이었던 (재)전북문화재연구원과 공동으로 남원 월산리 고분군의 유물들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특별전을 연다(10일부터 8월26일까지). 이번 전시는 2년 여에 걸친 조사 및 복원과정을 끝낸 새로운 유물들이 첫 선을 보이는 자리다.
운봉고원은 대체로 마한과 백제의 영역이었을 것이라고 여겨졌으나 월산리 고분군이 발굴되면서 이같은 추정을 바꾼 계기가 됐다. 1982년 첫 발굴조사에서 백제의 고분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돌덧널무덤에서 가야계의 철제 무기와 갑옷 및 투구 그리고 토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변의 두락리 고분군, 건지리 고분군 등 운봉고원 일대의 고분들을 모두 합하면 그 수가 거의 100여 기에 달해 영남지역의 주요 가야 고분군들에 손색이 없는 규모로 평가받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남원 월산리 고분군 출토품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발굴 유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한 11개 박물관에서 출품된 여러 유물들이 비교자료로 전시된다.
3개 테마로 구성된 전시중 '모루와 망치의 기억' 코너에서는 금은새김고리자루칼, 쇠도끼와 쇠창, 화살촉 그리고 투구와 비늘갑옷, 재갈과 등자 등의 말갖춤을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운봉고원 일대에 100여 기에 가까운 고총고분이 축조될 수 있었던 배경과 월산리 고분군 주인공의 군사적인 성격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다.
'돌과 흙의 애도'는 월산리 고분군의 무덤 속 모습을 재현하여 당시의 매장 풍습을 살펴 볼 수 있는 코너다.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해 특별히 만들었던 돌무덤과 그릇들을 통해 운봉고원을 거쳐 백두대간을 넘었던 가야문화의 영향을 발견할 수 있다.
'보물들과의 만남'은 영남지역의 주요 가야 고분군들에서도 출토된 적이 없는 청자천계호를 소개하고 자루솥을 함께 전시한다. 닭의 머리 모양이 달린 천계호는 지금까지 백제지역에서만 출토되어 왔으며, 자루솥은 음식을 조리하거나 술을 데울 때 쓰였던 도구다. 주로 왕과 상류층의 무덤에서 발견되고 있는 자루솥을 통해 운봉고원에 묻힌 가야 무사의 높았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유물이다.
국립전주박물관 최경환 학예연구사는 "최근 운봉고원을 비롯한 전북 동부 산간지대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다방면에서 증대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아직 시작에 불과한 운봉고원에 대한 보다 다양한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원 월산리 발굴 유물 특별전=10일부터 8월26일까지 국립전주박물관 기획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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