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통해 '승자독식주의' 넘어설 수 있을 것 / 논리적이고 이유있는 실명비판은 오해가 없죠 / 글쓰기는 일종의 중독… 행복하고 즐거운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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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철수의 힘'을 집필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안철수 원장은 기존 정당의 증오의 정치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말하고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 ||
뜨겁다. 유례없이 이어지는 염천의 더위 탓만은 아니다. 하기야 올 여름 대한민국이 뜨거워져야할 이유는 여럿이다. 그 하나하나를 들추자면 어디에선가 숨죽이고 있던 분노와 증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아예 폭발해버릴지도 모른다. 적어도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는 그렇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대한민국은 더위와 분노와 갈등이 뒤범벅이 되어 들끓고 있다. 우리가 처한 이 상황을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볼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만났다. 한국사회의 금기와 맞서 우리 사회의 문제와 이슈를 끊임없이 생산해온 지식인. 강준만 전북대교수(56)다. 돌아보면 199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사회의 정치 분야를 포함한 중요한 논쟁의 중심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다. 날선 비판의식으로 한국사회의 금기와 정면대결해온 그의 무기는 글쓰기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의 글쓰기 결실은 이미 여러 차례 한국사회를 실험하고 변화시켜온 터다. 한동안 정치적 이슈를 외면하고 지내는 듯, 전공과도 다소 멀어 보이는 문화사와 역사에 집중한 '시리즈'로 '학문의 가로지르기'를 결행했던 그가 다시 일을 냈다.
이번에는 '대통령의 자격'을 논쟁의 중심에 올렸다. 대상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안 원장을 대통령 적임자로 지지 선언한 새 책 〈안철수의 힘〉은 예외 없이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도 그럴 것이 강 교수는 1995년에는 〈김대중 죽이기〉를, 2001년에는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을 냈었다. 모두 대선을 앞둔 절묘한 시점에서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이 됐다. 정계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초 인터뷰는 이런 구체적인 국면에 대한 것이 아니었으나 굳이 피해갈 이유도, 피할 수도 없었다. 다행히 그는 거침없이 더 명쾌하게 한국정치를 분석하고 비평했다. 그 내용은 아쉽게도 다 담지 못했다. 인터뷰는 그의 연구실과 카페에서 세 시간 넘게 이어졌다. 질문과 답이 따로 없는 그의 화법은 열정이 넘쳤다. 덕분에 글쓰기 동력이 어디에서 나오는가도 알게 되었다.
-바쁘시겠습니다. 매체들의 인터뷰 요청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워낙 인터뷰를 달가워하지 않는 성격이어서 조절하고 있습니다. 할 이야기는 책에 다 있기도 하고요."
-때맞추어서 안철수 원장의 대담집까지 나와 교수님 책도 잘 팔리겠던데요.
"언젠가는 나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시점은 예상 못했어요. 책 판매는 비교도 안 됩니다. 덕분에 좀 잘 팔리면 좋겠는데..."(웃음)
-〈안철수의 힘〉에 2012 대선의 시대정신을 '증오의 종언'이라고 규정했더군요. 안 원장을 선택한 이유도 그렇고요.
"당초 생각했던 책 제목을 제대로 붙이면 〈안철수 이용법〉이예요. '안철수'를 사회가 어떻게 이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온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것을 보세요. 한국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까. 이쪽이 되면 저쪽이 죽고, 저쪽이 되면 이쪽이 죽는 오로지 승자독식주의 체제예요. 이런 상태로 또다시 대선까지 가야한다는 것은 정말 암담하지요. 그럼 그것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기존 정치로 해결하는 일은 불가능하죠. '안철수'를 이런 증오의 시대를 끝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보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대통령 자격을 이야기하더군요. 물론 자격을 따져야죠. 그런데 그 전에 중요한 것이 빠져 있습니다. 이런 식의 대선문화로 가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점검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증오마케팅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그것을 내세우지 않는 안철수가 우리사회에 던진 메시지가 있습니다. 매우 의미 있는 것이지요. 지금 한국은 증오가 정치의 동력이 되는 정치 양극화 구도에 잡혀있거든요."
-책을 내놓은 시점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수님의 공개 지지선언을 정계에서나 일반 독자들도 매우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이 잘되어야 한다면 지금이 그 때라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증오의 승자독식주의 모델로는 힘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실제로 이 모델을 끝장내야만 풀릴 수 있는 과제들이 많아요."
-이런 글을 써내면 여러가지 오해를 받기도 할텐데요. 실제 정권 바뀔 때마다 프러포즈를 많이 받지 않습니까.
"없다고는 할 수 없죠. 그러나 그런 일은 제가 할 수 없는 일들이예요. 그런데도 그동안 써온 글들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은 과잉 정치적 시각으로 분석하죠. 정작 글을 쓰는 목적이 그런 과잉정치에 대한 비판인데도 그렇지요."
-사실 정치적 줄서기같은 문화는 비단 한국사회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이죠. 그러나 우리가 정치의 속성까지 물고 들어가 비판한다면 답이 안나와요. 그것이 곧 근본주의적 비판인데, 기본적으로 정치는 적을 만드는 과정이고 기술이거든요.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특성이 있지요. 미국의 경우는 연방제 국가고 50개 정권이 주마다 별개이니 워싱턴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각 주에서 받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우리는 서울에서 무슨 일이 나면 제주도 마라도까지도 흔들리는 환경이잖아요. 워낙 1극체제인데다 지방자치 한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모든 것을 중앙이 독식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또 다시 엮여 있으니 다 흔들릴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한국특유의 인맥적 문화도 있지 않습니까."
-교수님께서 몇 년 전 제자들과 함께 만든 인터넷 매체 '선샤인' 같은 경우, 기대가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의 명맥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선샤인은 학생들 취업과 관련해서 만든 것이었어요. 시장에서 서바이벌로 살아남는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지요. 그런데 수익모델을 내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죠. 수익모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경제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영향력도 못갖는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아쉽지만 시장에서 성공해 이 일로 먹고사는 젊은이들도 나오고 지역에 바람도 일으키는 모델을 만드는 일은 어렵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에 교수님의 이름만으로도 동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전투적 글쓰기와 달리 노력을 덜하신것은 아닌가요.
"저도 제 자신을 과대평가했었던 것 같아요. 결과를 보면 그런 오해를 받을 수도 있는데, 사실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거든요. 도와달라는 편지도 수백 통 보냈었는데 답이 없었습니다. 냉정한 사회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기업과 인맥이 있고, 기반이 있었으면 그리 어렵지 않았을 일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 않을까요. 지역에 대한 의식도 높아지고. 실제로 지방대학 출신 중 지역에 남아 일하려는 인재들이 늘고 있지 않습니까.
"제가 보기에도 그런 변화는 분명이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런 젊은 세대들의 철학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에요. 그런데도 이상하게 지역사회가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암묵적으로 또는 노골적이고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탈 전북'에 대한 어떤 압박 같은 것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아주 심각한 문제예요. 젊은이들이 지역에 남는 것을 패배자로 생각하는 그런 인식인데요. 지금 젊은 세대들은 패배의식으로만 지역에 남는 것이 아닙니다. 지역의 '블루오션'에 관심을 돌리는 경향이 짙죠."
-의미 있는 변화군요. 그런데도 정작 지역에서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외레 패배의식을 안겨주고 있다면 심각한데요.
"물론 아직도 정치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서울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이익이 되는 것에 심리적 증폭이 더해져 서울로의 쏠림 현상이 강화된다면 정말 웃기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심리적 쏠림을 경계해야 합니다. 최근에 들은 이야기인데, 웬만한 직장에 취직해서 서울로 간 젊은이들 중 저축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삶의 질도 너무 떨어지고요. 그런데도 여기 남아서 뭔가를 해보려는 젊은이들에게 자꾸 장래성을 이야기 하죠. 실질적인 것과 정서적으로 증폭된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동안의 실명비판 글쓰기가 우리사회에 제시한 이슈가 적지 않았습니다. 늘 그 용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궁금하던데요.
"저도 그것이 궁금하긴 합니다. 그래서 가끔 생각해보는데 두 가지 정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은 제 유별난 성격일 겁니다. 저는 제 입장을 어떤 상황에서건 분명히 밝힙니다. 예를 들어 조직이나 단체의 선거 같은 것을 들 수 있겠군요. 저는 이번에 누구를 찍는다고 밝힙니다. 그렇다고해서 그 사람의 선거를 돕는 것은 아니죠. 다만 저쪽이 헷갈려하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미안하긴 하지만, 그런 확실한 입장이 상대방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인가요.
"속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헷갈리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죠. 사람이 이중성을 보일 때 화가 나는 것이지 자기 나름의 이유를 대면서 밝히는데는 오해가 없죠. 그런 유별난 성격 때문에 실명비판이 가능했을 것 같아요. 거기에 결정적인 것은 물리적 고립이 아닐까 싶어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아예 사회적 관계성을 단절하고 살았지요. 지금 다른 사람이 그렇게 살면 저부터도 욕할 것 같아요. 실명비판으로 삼았던 사람과는 더구나 관계가 없었지요."
-결국 교수님의 사회성과 실명비판이 직접 관련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그런 글쓰기를 위해 스스로를 가두어 놓으신 것인가요.
"의도적이진 않았어요. 다만 전북대에 왔던 초기에 끊임없이 서울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때는 서울도 자주 다녔어요. 그런데 늘 언제 떠나느냐고 묻는 제자들한테 안가겠다고 약속한 뒤에는 지역에서 내가 할 일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곧 글쓰기가 된 것이죠."
-교수님도 서울로 가시겠다는 생각을 하셨었군요. 의외인데요.
"처음에는 했었는데 학생들이 발목을 잡았어요.(웃음) 그때는 학생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았었는데 자리 끝에 꼭 하는 말이 언제 서울가냐는 것이었어요. 한두 번은 다른 이야기로 말을 돌렸는데 여러 번 반복되니까 고민이 되더군요. 결국 여기서 한번 해보자 결심했지요. 그렇게 마음먹으니까 자주 가던 서울도 갈 필요가 없게 되고, 안 나가기 시작하니까 하나의 패턴이 생기더군요. 그렇게 고립적인 여건이 되니까 실명비판도 자유롭게 되고."
-그 결과가 사실 한국사회의 중요한 지점에서 이슈를 생산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교수님의 용기가 부럽습니다.
"용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역할분담이란 말을 좋아하는데, 제 직업이 대학교수잖아요. 교수의 강점은 조직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이 알고는 있으나 어떤 제약 때문에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면 교수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제 장점이 전공학부가 다르다는 것이예요.(강 교수는 신문방송학과 교수지만 학부 전공은 경영학이다) 소위 학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웠죠. 학맥은 스스로의 자율규제 효과가 있거든요."
-그동안 글쓰기를 보면 한국사회가 금기시하는 영역에 대한 도전도 그렇지만 전투적인 글쓰기가 갖는 힘이 컸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달라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던데요.
"나이 탓도 있는 것 같아요. 거기에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다면 민주당 분당 때입니다. 그때까지는 정말 전투적이었어요. 그런데 그 전투성을 내가 되돌려받아보니까 깨달은 것이 많았어요. 말로는 역지사지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아요. 그때 분당은 정말 안 되는 일이었거든요. 그런데 전라도 민의까지도 그쪽으로 다 쏠리더라고요. 이것이 뭘까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과도하게 전투적이었던 것도 저를 자극했습니다. 그때 전투성의 방향이 갖는 위험에 대해서 절감하게 되었죠. 그리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정치를 향한 열광적인 힘이라는 것이 결국은 증오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은 의로운 분노라고 하지만 그 분노라는 것이 계속하다보면 증오로 가는 것이거든요."
-〈안철수 힘〉을 내놓고 대선 국면에 대해 계속 이야기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습니다.
"하긴 할 겁니다. 그러나 신문 칼럼은 안쓰려고합니다. 내 마음의 행복을 가지려고요. 좀 게으를 권리도 갖고 싶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모았다가 해도 되고. 그런데 지금 마음이 다른 곳에 꽂혀있어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이죠. 이미 많은 자료를 수집했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업을 학생들과 함께 하려고요. 생각만 해도 즐겁죠."
-글쓰기는 교수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일종의 중독이죠. 일전에 글쓰기 중독자에 관한 책을 보니까 상당부분 나와 들어맞더군요. 그런 작업에 중독이 되다 보니 다른 놀이의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한 것이죠. 글쓰기는 곧 즐거운 나의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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