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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바둑돌

"조선은 바둑판이요, 조선 인민은 바둑돌이다. 현하(現下)의 대세가 다섯 신선이 바둑을 두는 형국인데 두 신선은 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각기 훈수하고, 한 신선은 주인이다. 네 신선이 판을 대하여 서로 패를 들쳐서 따먹으려 하지만 주인은 어느 편도 훈수할 수 없어 수수방관하고 공궤(供饋·손님대접)만 할 따름이라…"

 

구한말 한반도를 무대로 한 세계 열강의 각축전을 바둑에 비유했다. 정읍 고부 출신으로 동학혁명을 겪고 자란 증산 강일순(1871~1909)은 한반도라는 가로 세로 19줄짜리 바둑판에서 조선 사람들은 흑과 백의 바둑돌이자 '4 신선들(4대 강국)'을 접대하는 주인이건만, 일본과 청, 러시아· 미국이라는 네 신선들의 바둑판(조선) 따먹기 놀이에 휩쓸려 있다고 꼬집었다(강준만의 '한국근대사산책' 3권)

 

전봉준을 극찬하고 자신의 사상을 '참 동학'이라 했던 강증산이 외세의 눈초리를 꿰뚫어 보고, 당시의 국제적인 역학관계를 바둑판에 비유한 것이 흥미롭다. 1899년에 갈파했으니 113년 전의 일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관계는 조선이 남북으로 갈라진 것 말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남북이 서로 다투는 바둑돌이고 미·일·중· 러가 굽어 보고 있다.

 

한반도는 예나 지금이나 이해 당사국 눈치 보며 살 운명에 처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를 방문했다. 1500년 전 신라 장군 이사부(異斯夫)가 신라에 복속시킨 우리땅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 운운하며 왕왕거린다. 대통령이 자기 땅을 밟는 데에도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게 국제관계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력은 크게 신장했다. 수출규모로는 세계 7위이고 상선 보유량, 항만컨테이너 처리량 등 물류 인프라는 세계 5위이다. 작년엔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열었다. 세계 9번째다. 어제 폐막된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은 13개의 금메달을 따내 국가별 종합순위 5위에 올랐다. 한국축구는 일본을 꺾고 올림픽 축구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땄다.

 

이런 게 곧 국력이다. 국력이 약하면 짓밟히기 마련이다. 독도도 그렇거니와 한반도의 운명도 결국엔 국력에 달려 있다. 내일이 광복절이다. 극일(克日)에 그치지 말고 국력을 키워 세계로 뻗어나가는 게 진정한 광복이다. 그렇게 된다면 주변국이 우리의 눈치를 볼 때도 오지 않겠는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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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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