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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잃은 봉사활동 (상) 실태 - '1점이라도 더…' 내신 점수따기 변질

일회성 행사 치중, 인성교육 취지 퇴색...실제 참여는 안하고 확인서만 챙기기도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등 학생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도입된 봉사활동이 대학 진학을 위한'스펙 쌓기'로 전락해 봉사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봉사활동 실태와 대안을 두 차례에 걸쳐 짚어봤다.

 

12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중학생은 학년 당 18시간 고등학생은 20시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해야 하고 3년 동안 학교생활을 하면서 각각 54시간, 60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내신 성적의 5%를 차지하는 봉사활동 점수를 취득할 수 있다. 이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봉사활동 점수가 낮아지며 봉사활동은 학교교육과정에 의한 봉사활동(교내)과 학교교육과정 이외의 봉사활동(교외)으로 나뉜다.

 

하지만 학생들은 내실 있는 봉사활동 보다는 관공서 행사나 헌혈 등 손쉽게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곳에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달 15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는 4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몰렸다. 행사에 참석하면 봉사활동 점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학생들은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안내데스크에서 나줘 주는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으려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이런 현상은 지난 3월 1일 열린 3·1절 기념식에도 마찬가지였다.

 

또 4시간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헌혈에도 학생들이 몰리자 도교육청은 지난 3월부터 1년 3회로 횟수를 제한하기까지 했다.

 

반면 장애인 복지관, 노인 요양병원 등 일명 '3D 봉사'는 인기가 없다.

 

전북장애인 복지관에는 올해 421명의 봉사자가 다녀갔지만 초중고 봉사자 수는 172명에 그쳤다. 이마저도 봉사활동 중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귀가조치를 받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복지관 관계자는 "준비도 안 된 학생들이 몰려와 핸드폰 게임, 잡담 등으로 봉사 분위기를 망친다"면서 "다시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는 학생들은 단 한명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봉사활동을 하지 않고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확인서만 받는 경우도 많다.

 

내실 있는 봉사활동은 교내봉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일선 학교에서 마련한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청소, 잡초 제거 등 단순 노동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우리나라 교육 현실상 학생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누구나 봉사활동 기본점수를 획득하는 상황에서 이를 채우지 못할 경우 1~2점으로 내신등급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내신 성적의 5%가 반영되는 봉사활동 점수를 포기할 수 없다.

 

전교조 전북지부 오동선 대변인은 "봉사활동이 스펙 쌓기로 전락하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 당연한 결과다"라며 "봉사활동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고 허위 봉사를 가려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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