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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손글씨 디자인으로 한류 열풍 돕고 싶어" 아름다운 한글 글꼴 살려 '캘리그라피'하는 서예가 김두경 씨

한글 서예의 현대적 변용 옷·침구류 제품 접목 땐 관광상품으로 손색 없어

▲ 한글날 독자들을 위해 보내온 김두경 작품'휴식'.
한글의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이 있다. 9일 한글날을 맞아 만난 서예가 김두경(52·서예응용문자조형디자인연구소 '문자향' 대표)씨는 딱딱하고 지루하게만 여겨졌던 한자 중심 서예에서 한글 서예로 바꾸고 현대적 변용을 시도해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로 진화시킨 주인공이다. 이렇듯 한글의 아름다운 글꼴을 살리는 그의 작업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주 효자동 한 대형마트에 높이 18m 유리벽에 걸린 글씨'행복'은 그의 작품. 곁에 쓰여진 김용택 시인의 '세상에 당신이 있어 내가 행복한 것처럼 당신에게 나도 행복한 사람이고 싶습니다'는 글귀가 아니더라도, 획 하나 하나에 기쁨의 표정이 담긴 그의 '캘리그래피'를 보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는 "마트가 있어 소비자도 좋지만, 소비자가 찾아주니까 마트도 좋은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한글의 아름다움 찾기를 시도한 것은 1998년. 빗살에서 상·하 좌우로 잇댄 숫대창에서 완벽한 균형감을 발견한 그는 한 글자 한 글자를 붙였다가 떼어내기를 수백 번 시도했다.

 

받침을 통해 긴장감과 생동감을 주는 김두경 만의 조형적 아름다움은 글씨 자체가 갖는 다양한 표정과 하늘·땅의 깊고 오묘한 진리가 어우러지게 한 결과물.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아름다움을 표방한다는 평가를 받은 그의 최근 작업은 서예와 사진의 결합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글과 사진을 접목시켰더니, 장식성이 훨씬 더 돋보이더라구요. 물론 사진은 글자의 의미를 상징화시키는 배경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는 한글날 독자들을 위해 보내온 작품 '휴식'은 디지털 시대의 컴퓨터·스마트폰 등의 노예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쉼을 위한 선물. "이 시대의 휴식이 뭘까를 고민했다"는 그는 "컴퓨터를 바닷물에 빠뜨려 버려야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 제작해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강남 스타일'로 또 다른 한류 열풍을 이끈 가수'싸이' 등과 같이 국내·외로 선전하는 연예인 이름을 한글로 새겨보는 작업도 심심풀이로 해본다고도 했다. 한글은 외국인들에게 단순한 글자가 아닌 그림처럼 보이는 글자인 데다 우리의 정신문화의 뿌리를 보여주기 때문. 그는 "한글이 디자인된 제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열광을 보면 옷은 물론 크고 작은 침구류에 접목시켜 관광상품으로 내놔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계보가 중시되는 한국 서단에 쓴 소리를 서슴지 않고 해와 '서예계 이단아'로 낙인찍힌 그지만, 그의 이색적인 도전은 서예의 탄탄한 뿌리를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캘리그래피'와도 다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글 서체를 반영한 상품 생산의 지원에 미온적이다 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서예의 현대적 아름다움에 눈을 뜨지 못하는 게 아쉽지만, 그의 작업을 반기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절망하기엔 이르다.

 

그는 "21세기 서예의 경쟁력은 생산성이 아닌 감수성에서, 합리성이 아닌 창조성, 경제적 가치가 아닌 예술적 가치에서 나올 것이라는 믿음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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