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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

지난 2004년 9월 15일 전주시 진북동 전주천변에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지역의 미술, 음악, 판소리 등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 신예 작가들을 주로 지원하는 우진문화재단이 지상 3층 규모로 세운 '우진문화공간' 신축 개관식 자리였다.

 

현재 연건평 1,055평 규모인 이곳 1층에는 전시실과 공연장이 갖춰졌고, 2층에는 창극·무용·연극 전용 연습실과 세미나실도 마련됐다. 민간 시설이면서 대관 및 시설 이용료는 저렴한 편이라고 한다.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년 작가들에겐 매력적인 공간일 것이다.

 

우진문화공간은 기업인 김경곤씨가 1991년 3월 문을 열었다. 10년 후인 2001년 재단법인 우진문화재단을 설립, 한층 짜임새 있는 운영 틀을 갖췄다. 개관 이래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을 비롯해 신예작가 초대전, 청년작가 초대전, 우리소리 우리가락, 우리 춤 작가전 등 공연 및 전시기획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문화공간 운영으로 돈벌이는 힘들 것이지만 벌써 21살 청년으로 성장시켰다. 그만큼 많은 관심도 받는 모양이다.

 

예술인들은 음악을 연주하거나 미술을 창작하는 등 해당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를 이루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들이 마음 편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면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의지는 꺾일 수 있다. 또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지역 대중들의 소외감도 클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민간의 크고 작은 갤러리 운영이나 일부 기업의 문화공간 지원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전북은 판소리의 고장이다. 또 과거 연극계의 거장 박동화 선생이 활동하고, 또 6.25전쟁 당시에 '아리랑' 등 많은 영화가 제작된 문화 예술의 고장이다. 하지만 전북은 '3% 경제'란 꼬리표처럼 기업의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이 미미하다. 크든 작든 기업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면 '예향 전북'의 문화적 자존감은 훨씬 커질 것이다.

 

최근 정읍 출신 인기배우 박근형씨가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몇 년 후 고향에 돌아와 연기를 열망하는 젊은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근형씨가 연기 수업의 뜻을 고향에서 펼친다면, (그가 기업인은 아니지만)이것도 일종의 메세나가 되지 않을까. 자본가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인간의 삶을 살찌운다. 얼마나 가슴 뿌듯한 일인가.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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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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