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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와 화해로 풀어내는 '망국의 恨'…후백제 견훤 시간여행으로 만난다

극단 황토레퍼토리컴퍼니 '천년의 달' 16·17일 소리전당

▲ 연극 '천년의 달' 공연을 앞두고 극단 황토레퍼터리컴퍼니 단원들이 연습하고 있다.
연극 '물보라'(1986)와 '오장군의 발톱'(1989)의 감동이 다시 밀려올까. 전국 연극제에서 대통령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박병도 전주대 교수가 이끄는 황토레퍼토리컴퍼니(이하 황토)가 신작 '천년의 달'을 들고 돌아왔다.

 

큰 아들의 배신으로 후백제의 멸망을 목도한 견훤을 다룬 '천년의 달'이다. 후백제의 견훤과 큰 아들 신검과의 관계를 대비시키며 욕망과 권력의 이중주를 마지막 순간까지 흥미진진하게 엮은 작품.

 

"이승이나 저승에서 견훤은 버려진 혹은 잊혀진 인물이고, 마이너리티(소수)예요. 견훤의 인간적인 면모를 정면으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박 교수는 이 역사극을 시간여행을 차용해 현대물처럼 둔갑시켰다. 작품은 후백제 선왕을 모시는 사당을 지키는 할멈 최씨가 삼은 수양 딸 복선이가 등장한다. 그러나 최씨의 꿈에 나타난 복선이는 전생에 견훤왕을 유혹해 죽인 고려의 첩자인 기생 선화. 이를 안 최씨는 박수무당인 영출을 불러 굿을 하게 되면서 복선과 선화의 접신이 일어나 전생여행이 이어진다. 견훤의 생애는 극과 극을 달린, 비극의 파노라마. 넷째 아들 금강에게 왕위를 주려 한 데 반발한 아들들은 세가 약해진 견훤을 금산사에 가두기까지 한다.

 

"천년 동안 두 개의 달을 기다렸다. 왕건한테 빚진 달, 큰 아들한테 빚진 달. 두 개의 달이 떠야 온 땅을 다시 찾을 수 있다."

 

뒤이어 자신의 적인 왕건에게 의탁해 반역한 자식을 죽여달라는 견훤. 박 교수는 "권력의 비정함을 설명하자면 좋은 소재가 되겠으나, 한 사람의 생애로 보자면 비참한 최후가 아닐 수 없다"면서 "왕건은 신검이 남에게 협박을 받아 분수에 어긋난 짓을 했다고 하면서 목숨을 살려주었는데, 견훤은 이 소식을 듣고 울화병으로 등창이 생겨 죽게 된다. 이는 비참함의 극치"라고 말했다. 아들들의 배신으로 입은 상처로 죽어도 죽지 못하는 신세가 된 견훤을 복선과 선화가 숨을 거두게 돕고, 원한을 풀게 해주면서 '결자해지'를 완성한다.

 

그리하여 권력을 지키려는 아비와 아들의 대결구조는 시공간을 초월한 비극에서 용서와 화해를 남기는 비극으로 그려진다. 2012 전북도 무대공연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16일 오후 7시30분·17일 오후 3·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올려진다. 문의 010-9646-0920.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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