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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기록… 고문의 시대를 엿보다

남영동 1985 (드라마/ 106분/ 15세 관람가)

영화가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때론 너무 심각해 우울하고, 때론 현실적이라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혹자는 예술 영화는 무조건 피하고, 또 어떤 사람은 코미디 영화만 찾아본다 한다.

 

이번 주 개봉 영화는 심각하면서 현실적인, 재미있지만 독한 이야기 모두 포진했다. 날마다 변하는 컨디션처럼 그 날의 취향 따라 골라보면 된다.

 

'남영동1985'는 우리가 지금 누리는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대가를 치룬 누군가의 이야기다. 대선을 앞두고 '특정 당 밀어주기'라든가 '정치적 꼼수'라는 의견도 있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모든 사설을 제쳐두고 그 때가,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유가 과연 이 모습일지 말이다.

 

군부 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1985년, 민주화운동가 김종태(박원상)는 가족들과 목욕탕을 다녀오던 길에 경찰에 연행된다. 자주 경찰에 호출되었던 터라 큰일 아니라 여겼던 그는 정체 모를 남자들의 손에 어딘가로 끌려간다. 눈이 가려진 채 도착한 곳은 남영동 대공분실. 경찰 공안수사당국이 '빨갱이'를 축출해낸다는 명목으로 고문을 일삼던 곳이었다. 그날부터 김종태는 온갖 고문으로 좁고 어두운 시멘트 바닥을 뒹굴며 거짓 진술서를 강요받는다. 확고한 의지로 김종태는 진술을 거부하지만 '장의사'라 불리는 고문기술자 이두한(이경영)이 등장하면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바꾸는 22일이 시작된다.

 

이 영화가 다분히 정치적으로 보이는 것은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인 고(故)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 '남영동'을 바탕으로 만들어 졌기 때문일 것.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벌어진 22일간의 고문 기록을 날짜별로 담아냈다.

 

영화를 보는 동안은 자동으로 미간이 찌푸려지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 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그 모습이 잘 살아 있어 두 번 놀라게 되는 그런 영화다.

 

잔인한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가깝게 접할 기회. 이 시간이 있어 '남영동1985'같은 '문제적 작품'도 개봉하는 시대가 온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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