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쟁의 폐단을 뼈저리게 겪은 영조(1694 ~1776)는 1724년 즉위하자 탕평책을 내놓았다. 교서를 내려 탕평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의지를 밝혔다. 노론과 서론의 거두를 불러 화해시키고 인물도 양 당파에서 고루 등용했다. 일종의 공동정부를 구성, 다른 당파에 대한 정치보복을 막고 정국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였다.
영조를 이은 정조도 탕평책을 계승했다. 그의 거실을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로 이름 짓고 노론 ·소론을 고루 안배했다. 한쪽 인물을 쓰면 반드시 그만한 직위에 상대쪽의 인물을 기용하는 이른바 '쌍거호대(雙擧互對)' 원칙을 세웠다. 서얼(庶孼)일지라도 능력이 있으면 발탁하는 등 출신을 가리지 않았다. 탕평책은 영·정조시대 정국운영의 가장 큰 원칙이었고 실제로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
18대 대선에서도 탕평인사가 공약으로 제시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탕평인사를 하겠다. 영·호남정권이란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다. 집권하면 호남출신 인사도 중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과거 인사가 불균형적이었고 호남인사가 소외받았다는 반증이리라.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공동정부는 김대중 정부 때 DJP연합의 산물로 꾸려진 적이 있다. 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특히 호남은 인사·예산정책에서 홀대 받았고 역차별 논란도 일었다. 문재인의 공동정부는 결국 '개인 안철수'와의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집권하면 '안철수 사람들'이 중용될 것이다.
민심얻기의 계산이 숨어 있을 망정, 탕평인사 정책이나 새정치를 위한 공동정부 구성을 나무랄 수는 없다.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는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수혜를 누릴 면면들을 상정하면 탕평인사나 공동정부 취지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 한쪽은 느끼하고, 다른 쪽은 편가르기의 귀재들일 것 같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을 골라 쓰는 혜안이다. 정조가 서얼출신도 발탁한 것처럼. 인사는 만사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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