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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

1800년대,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삶과 불꽃처럼 타오른 민중의 혁명을 다룬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 영화 초입에 미혼모 판틴이 딸 코제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생니를 뽑고나서도 결국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창녀촌의 음울한 풍경이 그려진다.

 

매춘은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역사가 길다. 그 증거는 세계 곳곳 수많은 역사유적에 남아 있는 흔적으로도 증명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기원의 흔적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발상지인 수메르의 신전에 있다. 기원전 4500년 경 메소포타미아의 신전에는 수많은 여행자와 순례자들이 모여들었다. 오랜 시간 먼 길을 걸었던 순례자들은 마음도 몸도 지쳐있었다. 신전은 이들의 마음과 육체적 편안을 충족시켜주어야 했다. 신전의 여승려들이 나서 접대하기 시작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여승려들은 순례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육체적 편안을 위해 오랫동안 억눌려있던 육체적 갈증까지 풀어줬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여승려들의 접대 목적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신전 순례보다는 육체적 접대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 여행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행자들이 많아지자 신전에서는 이들을 위한 접대부를 따로 두었으며, 여행객들이 접대를 받고 지불하는 대가는 신전의 중요한 재원이 되었다.

 

고대 4대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인도도 매춘의 역사가 깊다. 기원전 900년 경 인도에는 오늘날의 홍등가와 같은 매춘숙이 있었다. 알려지기로는 바라문교 사원의 어린 무녀들이 매춘부로 나섰고,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 역시 접대에 대한 대가를 사원에 지불했다. 접대부의 화대가 일반화된 것은 기원전 450년 무렵이다.

 

로마는 기원전 60년 경, 매춘숙이 번창했다. 당시 로마 인구는 100만여 명, 매춘부는 3만 명이나 되었다고 하니 로마의 매춘은 곧 산업이었다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정부가 2004년 제정한 '성매매특별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성매매 행위 자체의 불법성이 아니라, 착취나 강요가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성을 파는 행위까지 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옳으냐가 쟁점이다. 중요한 것은 성매매특별법의 효과일 텐데, 아쉽게도 그것의 실효성은 취지가 무색하리만큼 평가가 낮다. 한국을 '매매춘의 공화국'으로 규정했던 강준만 교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진단한다. '도덕적인 분노만 있었지 이를 관철하기 위한 충분한 뒷받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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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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