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생활체육 상임고문 고 영 호 전북대 평생교육원장 "엘리트·생활체육 정치권에 휘둘려선 안 돼"
오랫동안 한길을 걸어온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이 몸담아왔던 분야에 더 많은 애착을 갖게되고, 결국 전문가로서 가야할 길, 바른길을 말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영원한 체육인'이라고 자부하는 고영호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장도 전북체육계가 당면한 과제와 지향해야 할 바에 대해 할말이 무척 많은듯했다.
그는 비전문가들이 체육계에서 판을 치고, 체육계가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등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는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보는 스포츠에서 참여하는 스포츠로 사회기류가 크게 변화하는 만큼 전북 역시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다양한 노력을 해야하고, 전국대회나 국제대회를 전북에 유치해 뭔가 큰 판을 벌이려는 모험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시 경원동에 있는 전북대평생대학원 원장실에서 지난 5일 고영호 원장을 만났다.
-꼬박 40년 넘게 체육분야에 몸담아 오셨는데, 요즘 전북 체육계를 보는 솔직한 심정은 어떻습니까.
"한마디로 안타깝고 서글프죠. 멀리 갈것없이 30년전만해도 전북은 전국적으로 놓고볼때 인구도 많았고, 경제력도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엘리트 체육만이 있던 당시엔 전북이 전국 시도중 상위권에 속했습니다. 전국체전을 비롯한 전국단위 대회에서 보란듯이 시상대에 올랐고,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멋지게 선전하는 전북건아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현실을 한번 볼까요. 50개가 넘는 중앙경기단체 회장중 토종 전북인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회장이 아니라, 실세 부회장이나 감사도 불과 몇 명밖에 안됩니다. 전북의 도세가 추락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생활체육 분야도 전주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시설이나 규모에 비해 소프트웨어는 아직 많이 부족한게 현실입니다. 시설이나 프로그램, 지도자는 많은데, 실질적인 도민 참여율은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습니다. 생활체육인들이 사분오열돼 있는가하면, 체육계가 정치적으로 휘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방선거때 체육계가 불미스런 일로 거론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됩니다."
-최근 1~2년간 체육계 안팎이 시끄러웠습니다.
"일부 경기단체의 내부 갈등이 깊어지면서 그동안 곪아온 각종 비리나 잘못된 관행이 떠벌려졌다고 봅니다. 뭔가 있을것같고, 마치 복마전이라도 있을것 같았지만, 수사 결과를 잘 보십시오.
일부 지도자들이 식비나 훈련비를 좀 착복했다는 것인데, 한두명을 제외하고는 정말 어려운 여건속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기회였습니다. 한마디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태산이 울릴 정도로 요란을 떨더니 막상 마치고 보니 겨우 쥐 한마리 잡았다는 뜻) 아닙니까. 물론, 일부 지도자들의 잘못된 관행이나 의식은 이번 기회에 확 바뀌어야 합니다. 워낙 형편이 열악한 경기인이나 지도자, 나아가서 경기협회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꼭 찾아서 실현해야 합니다."
-결국 체육계 비리와 관련해 결국 전북체육회 상임부회장 직제가 없어지고, 사무처장은 사의를 밝히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임부회장 직제는 둘 수도 있고, 폐지할 수도 있는데, 한사람이 그만둔다고 해서 곧바로 그 직제를 없애는게 바람직스러운가 하는 부분은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사무처장 문제는 앞으로 잘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자칫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소위 '그레샴의 법칙'이 맞아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사무처장을 맡아선 안됩니다. 이것은 체육회뿐 아니라, 생활체육회, 장애인체육회에 모두 적용돼야 합니다. 과거에 지방권력 언저리에서 머물다가 전문성도 없이 체육계의 책임을 맡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풍토는 완전히 사라져야 합니다.
단체장과 교감이 맞는 소위 캠프출신 인사가 체육분야의 책임있는 자리에 가는 것을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중책을 맡아선 안됩니다. 만일 보직이 없는 공직자가 전문성이 없는 상황에서 1년간 잠깐 머무르기 위해서 처장자리에 간다면 전북체육이 제대로 될까요. 사무처장 임기를 2년으로 바꿨는데, 2년 임기의 처장이 제대로 소신있게 일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4년으로 환원해서 체육전문가가 책임지고 전북체육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최근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에 실패하면서 도내 체육계는 물론, 도민들의 실망감이 크게 깊어지고 있습니다.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뭔가 도움이라도 될만한게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나온것이 바로 프로야구단 유치 문제라고 봅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동기 자체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LH유치가 안되니까 급하게 출구를 찾은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품는 도민들이 많은게 사실입니다. 공감대 형성이 안된 상태에서 추진하다 보니 도내 상당수 체육과 교수들조차 안된다며 전북에서조차 강한 반대 기류가 흘렀습니다.
이미 전북에 착근돼 있는 프로농구나 프로축구에 대한 지원체계를 확실히 갖추고, 도민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얻은 가운데서 야구단 유치에 나섰을 경우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도 도민의 관심사를 즉흥적으로 결정하거나 추진해선 안되며, 많은 고민끝에 공감대를 사전에 충분히 얻은 다음에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요즘 한창 체육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실제 도민들의 삶의 질이 제대로 나아지고 있는지 현장 구석구석의 목소리를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끝으로 도민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신은 인간에게 두가지 선물을 줬다고 합니다. 그게 바로 '교육과 운동'입니다.
저는 요즘 평생교육원장을 맡아 일하면서 70대, 80대 어르신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심혈을 다해 배우는 모습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60세 안팎의 나이에 은퇴해서 마치 인생을 다 아는 것처럼 여기는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새삼 깨닫곤 합니다. 도민들이 학창 시절은 물론, 사회에서 활동하거나 은퇴한 후에도 맹렬히 뭔가를 추구하면서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위해서는 개인이나 가정, 또는 사회차원에서 많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항상 새만금문제에만 묶여서 전북이 더 많은 것들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올해에는 전북체육의 떨어진 자존심을 곧추세우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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