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8 23:53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강완묵 군수한테 궁금한 것

"다음 인사 때는 꼭 사무관 승진시켜 줄테니 이번에는 양보해 달라." 이철규 임실군수(2001년 4월∼2004년 5월)가 사무관 승진을 앞둔 노모 계장을 불러 하소연했다. 계장은 마지못해 수용했다. 상대 계장은 이번에 승진하지 못하면 사무관 맛도 못 보고 퇴직할 처지였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이 군수에 대한 상대 계장의 금품 인사로비 사실을 자신의 부인이 언론과 검찰에 제보한 것이다. 수사가 확대되자 노모 계장은 자살했다. 이때 사무관 승진에 3000만원, 6급 승진에 2000만원 하는 이른바 승진 단가가 세상에 드러났다.

 

관가에선 인사 뇌물을 가장 안전한 뇌물로 친다. 상하 수직관계라는 조직의 특성상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누락되더라도 다음을 기다리며 인사권자의 처분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목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잘릴 각오를 하지 않는 한 발설할 수도 없다. 인사권자는 터무니 없는 사람한테는 돈을 받지 않는다. 돈을 받았으면 실행한다. 인사가 뜻대로 안되면 받은 돈은 돌려준다. 그래야 탈이 안난다. 관가에 나도는 '뇌물의 정석'이다.

 

선출직들은 뇌물 유혹을 떨치기가 힘들다. 선거를 치를려면 많은 돈이 필요한 탓이다. 계약업무나 기업체 등에서 조달하는 것은 위험이 따른다. 장부 하나면 굴비처럼 줄줄이 엮이고 만다. 그래서 인사뇌물이 '안정빵'이다. 가진 재산이 없다면 뇌물의 유혹에서 더욱 벗어나기가 힘들다.

 

뇌물을 인사권자가 직접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행동대장'이 따로 있다. 인사 부서의 누군가가 돈을 받아 전달하기도 하고 선거캠프 출신이 외곽에서 악역을 맡기도 한다. 어쨌건 법을 떠나 부하 직원한테 인사를 미끼로 뇌물을 받아 먹는 건 찌질한 짓이다.

 

각설하고, 강완묵 임실군수한테 궁금한 게 있다. 작년 3월 공직자윤리위가 공개한 강 군수의 재산은 마이너스 2207만원이었다. 그런데 대법원 소송 때 선임한 변호사는 21명이나 된다. 변호사 비용은 어떻게 조달했는지, 또 무일푼의 정치인이 비용은 어디에서 조달해 선거를 치렀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 없다. 남의 돈으로 치른 송사, 선거 모두 짐이다. 임실에서는 인사 때마다 잡음이 일고 공갈 협박이 나돈다. 최근의 인사를 놓고도 잡음이 가시지 않는다. 강 군수가 팔장만 끼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경재 kjlee@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