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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여자대통령

서호련 남원세무사협회 회장

"오늘 밤부터 우리 집에 여자 대통령이 탄생 합니다. 우리 집 여자 대통령은 권현숙입니다." 아내는 껄껄 웃으며 "거 싫지 않은데요." 얼굴에 홍조를 띠며 좋아라고 했다. 나는 이어서 말한다. "나라의 대통령도 여자가 되었는데 집안의 대통령쯤 여자가 되면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겠소." 칭찬 반 생색 반이다.

 

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은 말 할 것도 없고 80년대에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마가렛 대처수상, 독일연방 최초의 여자 수상에 오른 앙겔라 메르켈. 남미 최대국 브라질을 이끄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젠티나 대통령, 줄리아 길러드 호주총리. 태국의 탁신 치나왓 총리. 필리핀의 코라손 아키노 그리고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 등 전 세계 25개국 30명이 넘는 전 현직 대통령, 수상들이 있다.

 

사실 아내는 나와 결혼 한 뒤로 내조하느라 생애를 바쳤다. 내가 아내에게 해 준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오직 고생만 시켰다. 아내는 삼남매를 낳아 지성껏 기르고 가르쳤다. 그 옛날 청순 할 때 모습은 어디로 가고 이젠 할머니에 가까운 모습이다. 그러한 아내에게 돈도 들지 않는 대통령 칭호 하나 붙여 주는 것이 무슨 어려운 일인가. 천 냥 빚도 말 한마디로 갚는다 하지 않았는가?

 

내가 대통령님 하고 부르면 아내는 조금 겸연쩍하면서도 아주 행복해 한다. 아내가 기뻐하면 천금을 들여도 아깝지 아니하거늘 그까짓 실속 없는 대통령자리 하나 못 선사하랴.

 

이른 아침에 밖에서 일을 하면서 방에서 나오는 아내에게 "대통령님 잘 주무셨습니까."고 했더니 아내는 아주 흡족한 표정이다. 그러한 아내에게 한마디 던졌다. "선출직 대통령은 유권자를 잘 섬겨야 할 의무가 있어요. 그럼으로 유권자인 나에게 신경을 더 써서 잘 섬겨야 해요." 아내는 어처구니가 없는 듯 웃는다. 혹 떼는 것이 아니라 혹 붙이는 격이 되었다는 의미다.

 

그러는 중에 무슨 타는 냄새가 나서 주방에 갔더니 올려놓은 명태국이 다 타버린것이다. "팔자에 없는 대통령이 되고 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고 하면서 아내는 타버린 냄비를 가지고 부엌 밖으로 나가는데 신발 한 짝이 없어졌다. 강아지들이 물어간것이다. 아내가 한 말이다."여보, 말짓 만하는 저런 못생긴 강아지들 누구 다 줘 버려요." 내가 하는 말이다. "대통령이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하고 관용과 화해로 모든 계층, 모든 세대,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아름답게 어울리게 해야 합니다. 우리 집 대통령도 못생기고 말 짓만 하는 강아지들과도 상생하고 화합을 잘 이루어야 해요." 우리 집 대통령은 혼자 중얼거린다. "대통령 하기 어렵구만."

 

아내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한 가지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잔소리가 줄어든 것이다. 대통령의 체통과 위엄을 지키려는 노력인지 모르겠다.

 

우리집 여자대통령 추대는 꼭 여성대통령출현의 영향을 받은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생애를 사랑과 희생으로 바친 아내에 대한 남편의 진정한 신뢰와 존경과 감사의 헌사로 봐야 할 것이다. 대통령직 아니 받고도 이 시대에 이미 집안에서 대통령 하고 있을 부인네들 이겠지만 아침 저녁으로 대통령과 함께 밥 먹고 차 마시고 이야기 하고, 그리고 가끔 한번씩 대통령을 꾸짖기도 하는것이 어디 보통 일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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