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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 장관의 경우

"못 견디겠다. 전주에 내려와 한마디라도 하는 게 좋겠다." 원로 언론인인 진기풍(88) 전 전북일보 사장이 얼마전 진영(63)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다. 진영 국회의원이 새 정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되자 '무늬만 전북'이라며 지역여론이 좋지 않았던 탓이다. 진 장관은 진기풍 전 사장의 친 조카다. 대개 부친 살던 곳을 고향으로 치는 관행 때문에 진 장관은 전북출신으로 분류됐다. 청와대도 그렇게 발표했다. 하지만 본인은 법조대관에 서울 출생으로 기재했다. 진 전 사장으로선 내심 '전북 맨'이나 다름 없는 그를 두고 폄훼성 말들이 오가는 게 거북스러웠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내각 인사를 두고 지역 여론이 싸늘하다. 탕평인사 약속은 식언이 돼 버렸고 전북은 냉대를 받았다. 새로 임명된 장관 중 전북출신은 진 장관이 유일하다. 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이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대통령직인수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판사 출신으로 서울 용산에서 내리 3선을 한 중진이다. 정책위 의장 시절엔 전북 공무원들이 그를 찾아 도움도 청했다. 전북도청의 한 간부 공무원은 "전북 현안을 갖고 찾아가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필요하면 다음에 또 찾아오라."며 애정 어린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전북과의 연(緣)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출신지를 '세탁'해 발표하는 청와대의 태도다. 지역안배를 억지로 짜 맞추다 보니 당사자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는다. 청와대는 채동욱 검찰총장의 경우도 "선친이 군산출신으로, 지금도 군산 선영에 자주 간다."고 발표했다.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MB 정부 첫 조각 때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도 그런 케이스다. 물론 과거엔 전북출신이라는 걸 숨긴 고위 공직자들도 있었다. 밉지만 당시엔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서글픈 현실도 이해는 된다.

 

전북은 지금 중앙에 대한 창구가 막혀 있다. 정치력도 열세다. 고립무원, 섬이 된 격이다. 이런 때일수록 배척하기보다는 끌어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비단도 찢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

 

진 장관의 답변은 깎듯 했다고 한다. "알았습니다. 지금은 업무 때문에 바쁘지만 시간이 나면 전북에 가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잘 살피겠습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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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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